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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喜)·노(怒)·애(哀)·락(樂)이 발하여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은 곧 이른바 리(理)이고 선(善)이며, 발하여 절도에 맞지 않는 것은 바로 기품의 치우침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불선(不善)이다."
조선의 성리학자 기대승의 말이다. 그는 퇴계 이황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사단칠정에 대하여 논했다. 그의 글을 읽는 과정에서 선악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인용해 본다.
며칠 동안 사단칠정에 대해서 책을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 봤다. 주리론과 주기론 둘 다 의미심장하고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 맞는 듯 했다. 이언적과 이황은 주리론을 주장했다. 기대승과 서경덕, 이이 등은 주기론을 주장했다. 주리론이든 주기론이든 태초의 사건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다음에야 누구 말이 진리인지 알 수가 없다. 둘 다 현재의 자연의 이치를 보고서 추론하는 것이기에 정확히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기와 리는 한쌍이라는 것이다. 둘 가운데 하나라도 없으면 우주는 운영되지 않는다. 기가 있음으로해서 리가 기를 몸으로 삼고 만물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고, 기 또한 리를 품지 않고서야 어떻게 항시 변화와 작용을 할 수 있겠는가. 유학자의 성향에 따라서 리를 더 중하게 여기거나 기를 더 중하게 여길수는 있어도, 리기는 떨어질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인 것은 분명하다.
리에서 발하는 사단(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은 순수하기에 악이 존재하지 않는 선이라 한다. 칠정인 기쁨(喜)ㆍ노여움(怒)ㆍ슬픔(哀)ㆍ즐거움(樂)ㆍ사랑(愛)ㆍ미움(惡)ㆍ욕심(欲)은 기에서 발하는 것이라 한다. 이것이 주리론의 논리이다. 주기론은 사단은 모두 칠정 안에서 작용하며, 칠정이 발해서 순수 선이면 사단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칠정이 된다고 말한다.
어쨌든 두 논리의 공통점은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본성의 이치에 맞으면 선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악이라는 것이다. 감정이 본성에서 발하기 전에는 선악의 구분이 없다. 마음에서 감정이 드러날 때 그것의 성질을 보고서 선악을 구분하는 것이다.
리(理)에는 선악의 구별이 없다. 리는 절대계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자명한 듯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상계는 모두 리에서 프로그램 된 그대로 기에 의해서 펼쳐진다. 기가 절도에 맞으면 선이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악이 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하나의 의문이다. 우리가 악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결국 리에서 구성된 원리에 의해서 나온 결과일텐데 선악의 구별이 없는 것에서 악이 나온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따라서 선악의 기준은 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분별하는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 이로우면 선이고 인간에게 해로우면 악이 되는 것이다. 본래는 선악의 구별이 없는 것이 맞다. 선악의 구별은 언어적인, 기호적인, 개념적인, 인간적인 현실계 속에서의 구별인 것이다. 그래서 유교는 절저히 인간중심적인 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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