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한 사람이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 유아세계를 받고 25세까지 착실히 기독교를 믿었다. 어느 날 그는 홀로 미국으로 배낭여행을 가서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가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다. 그가 깨어났을 때 그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 자신이 누구인지, 가족이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심지어 그때까지 하던 한국어까지 잃어버렸다. 그는 거의 백지상태의 어린 아이와 같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병원에 실려왔을 때 그의 소지품은 분실된 상태여서 현지 경찰도 그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재활센터로 보내어져서 지내게 되었다.
그로부터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미국에서 새로운 이름을 얻고, 미국 시민권자가 되어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성장시켜 여느 못지않은 가정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젊은 날 교통사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다. 물론 25살 이전의 삶은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에게서 기억나는 것은 25살 이후의 삶 밖에 없다. 그는 온전히 미국시민의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젊은 날 교통사고 후유증인지 그의 기억력에 문제가 발생했다. 치매증상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 안 되어 그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 모두를 알지 못했다.
치매를 앓는 것 이외에는 그는 건강했다. 그래서 치매 이후에 그는 20년 정도 더 살았다. 하지만 그는 치매 이전의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왔다. 치매가 든 후에는 자주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수시로 새로운 인격체로 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게 20년을 살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감을 때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갖고 있었다. 치매 후 누군가가 그에게 하나님을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그는 어떤 인격체의 기억을 갖고 가게 될까? 젊을 때, 아니면 중년일 때, 아니면 노년일 때, 아니면 모든 기억을 다 갖고 갈까?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그것은 추측성 대답이고 상상적 대답일 뿐이다. 어쩌면 죽어서 가는 천국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천국가는 상상을 하기에 위와 같은 상황일 때 어떤 대답을 할까 궁금해져서 한번 기록해 본다. 나는 죽어서 가는 천국을 권하지 않는다. 살아서 천국을 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