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늦은 오후에 일하다가 잠깐 눈을 감았는데 잠이 들었나 보다. 눈을 뜨니 밖이 어두워 순간 새벽인 줄 알았다. 눈을 뜨지마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배경은 미국에 있는 한인 어느 봉사단체였는데 캘리포니아 깊은 산골 외딴 농원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곳의 풍경, 건물들, 사람들이 하나같이 눈에 익숙했다. 그래서 나는 가방을 열어서 노트를 꺼내어 예전의 기록을 찾아나섰다. 그 노트는 거의 컴퓨터 수준이라 사진 이미지와 아날로그 글이 동시에 기록될 수 있는 최첨단 노트였다. 그곳에 저장된 사진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이전에 내가 한번 와 본 장소였다. 그래서 그곳에 계시는 어떤 분께 사진의 장소를 가리키며 그곳에 어떤 건물이 있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맞다고 대답했다.
어떤 건물에 안내되어 그곳에서 가방을 풀고 앉았는데 안내 데스크에 어떤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지난 번 방문 때 분명 봤던 아가씨였다. 워낙 얼굴이 갸름하고 예뻐서 그 당시에도 이런저런 얘기하며 웃었던 기억이 났다. 함께 얘기했던 기억이 있으니 당연히 나는 그녀를 알아봤다. 그녀 외에 다른 아가씨도 옆 건물에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나 기억이 났다. 예쁜 여자라서 다 기억을 하는 모양이다 ^^ 내 앞의 있는 아가씨는 그림을 그렸다. 그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림을 부탁해서 싸인이 된 초상화를 받아갔다. 그림 솜씨가 참 좋아 보였다. 그렇게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가방을 메고 그림 그리는 그녀에게 인사했다. '다음에 또 방문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그녀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곳을 나와서 숲 길로 뻗은 아스팔트를 혼자서 걸어갔다.
꿈을 깨고 나서 잠시 생각했다. 미국에 간 적은 있지만 꿈 속의 그곳을 간 적은 없는데, 왜 나는 그곳을 다녀갔다고 했을까?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한두 해 전에 그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꿈을 꾼 적이 있었다는 것을. 즉 꿈 속에서 나는 그곳을 다녀왔던 것이다. 꿈 속에서 나는 정말 현실처럼 그곳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