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부터 기독교 문화 속에서 자라나고 성인이 된 때부터는 엄청난 교리적 독서로 인해서 나는 완전히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나는 10살 때부터 QT(Quiet Time)라는 것을 했었고, 그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금요 철야예배와 주일 새벽기도회를 거의 빠지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에는 네비게이토 선교회 교육을 받았고, 20살 때부터 진보적인 전도사님으로부터 대학부에서 기독교적 세계관과 귀납적 성경공부라는 방식으로 성경을 교육받았다. 그리고 20대 중반부터 경북대학교 양승훈 교수님을 만나 창조론에 대한 스터디 모임을 가졌다. 20대 전체적으로 창조론 및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엄청난 독서를 했었다. 25살에는 칼빈의 기독교 강요(4권) 한영판을 구입해서 몇 달 동안 그것만 반복해서 읽다가 너무 큰 은혜를 느껴서 매일 새벽기도를 다녔던 적도 있었다. 하여튼 참 열성적인 신앙생활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30대부터 지금까지는 20대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열성적으로 기독교적 지식을 쌓아나갔다. 어쨌든 내 삶은 온통 기독교적 생각, 기독교적 활동이 중심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방언도 할 줄 모르고, 그 어떤 신비한 영적 체험을 한 적도 없고, 열성적인 신앙인이라면 갖는 누군가에게 보일 만한 그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그런 것을 바란 적도 없다. 하지만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신앙만은 확고했다. 신앙 때문에 죽어야 한다면 죽으리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천국과 지옥, 천사와 사탄에 대한 생각, 즉 환상도 많았던 것 같다. 다 교육과 미디어 때문일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꼬맹이 때부터 금야철야 예배와 새벽기도까지 매주 참석을 했었다. 그런 모임이 좋았고, 사람들과 함께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좋았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교회에 간다는 기쁨 때문에 벌떡 일어나곤 했다. 철야 예배도 마찬가지였다. 잠이 오고 피곤해도 함께 예배드리는 그 모임이 너무 좋았다.
철야예배나 새벽 기도회 때에는 큰 소리로 기도를 많이 시킨다. 통성기도라고 하는데 나도 어릴 때부터 통성기도를 했었다. 그런데 나는 그 통성기도가 왜 그리 부자연스럽고 거북했던지 모른다. 통성기도만 하면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럴려면 옆 사람에게 내 기도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걱정되어 억지로라도 소리내어 기도를 하게 되는데, 그럴때면 억지 기도가 되어 나 스스로도 무안하고 내가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도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스며드니 올바른 기도가 될 리 만무하다. 왜 꼭 그렇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늘 그렇게 기도하니 달리 방법도 없었다. 나는 묵상기도를 좋아했다. 혼자서 조용히 내면적으로 침묵으로 하는 기도가 좋았다. 그래서 나는 QT를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보수적 개신교에서의 내 신앙생활은 그런 묵상기도에 많은 방해를 받았다.
통성기도를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방언을 받는 것 같았다. 나이와 상관없이 방언이나 기타 다른 능력들을 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통성 기도를 좋아하지 않았고, 실제로 남따라서 그런 기도를 해도 힘들고 생각이 많아서 제대로 기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번도 방언기도를 해 본 적이 없다.
교회에서는 방언기도를 하는 사람을 대단하게 쳐주는 것 같았다. 그것이 신앙심의 기준은 아니더라도 높게 쳐주는 잣대가 된 것은 틀림이 없다. 순복음교회 같은 경우는 방언기도를 하지 못하면 직분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은데, 하여튼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여러 능력을 받는 것 같았다.
기도를 할 때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라고들 한다. 하나님께 다 맡기고 기도하면 방언도 하고 다른 은사들도 받는다고 한다. 최근에 와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침묵기도를 하는 사람 중에서 방언받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내 기억으로는 방언받은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큰 소리로 기도하는 사람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령의 은사인데 침묵기도를 하는 사람이 받을 수 없다면 그것은 무엇으로 설명이 되어지는가?
방언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성기도를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어떻게 성령의 선물이 될 수 있는가? 특정한 방법으로 이르지 못하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방언은 기독교에서만 주어지는 것인가?
나는 방언이란 것이 기독교에서만 주어지는 성령의 선물인 줄 알았다. 성경에 그렇게 쓰여져 있고 그렇게 배워서 당연한 줄 알았다. 나는 통성기도를 할 줄 모르고, 통성기도를 하면 생각이 스며들고 사람들이 의식되어서 못 받는구나 생각을 했었다. 즉 통성기도 시간에 모든 것을 다 맡기지 못하고 진실하지 못해서 그런가보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불교에서도 방언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리고 다른 신비주의 종교에서도 방언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즉 방언이란 것이 기독교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종교에서도 일반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성령의 은사라고 말했던 그 모든 것들은, 그런 것들이 생길 수 있는 조건만 갖추어지면 대부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즉 방언을 하거나, 눈 앞에 어떤 화면이 보인다거나, 영상이 보인다거나, 다른 곳의 소리가 들린다거나, 다른 장소의 모습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이 모든 현상들 말이다. 이것은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통찰이었다.
통성기도를 못하는 내가 왜 방언을 한번도 할 수 없었는지도 알게 되었고, 목소리가 떠나갈 듯 소리지르며 기도하는 사람이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것도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런 능력들은 별로 신기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도 알게 된 것이다.
교인들이 방언을 하면서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도 모르게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서 생긴 것이니 본인도 어리둥절 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뱀 방언이니 사탄의 방언이니 하는 것을 보면 참 재미있다. 차라리 방언을 하지 말지, 수고스럽게 방언기도까지 하면서 그런 혼란을 자초하고 있으니 우습기도 하다. 일부 교인들은 자기네들이 하는 방언은 성령의 선물이라고 하면서 다른 종교인들이 하는 방언은 사탄의 방언이라고 말을 한다. 글쎄다. 예전같으면 그 말을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언은 누구라도 어떤 기도문을 중얼중얼거리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지금 그런 논리가 통할까 싶다.
방언이나 환상을 보는 것, 예언을 하는 것 등은 신비한 능력에 속한다. 몇 년 동안 불교와 유교 그리고 다른 종교를 접해보니 기독교에서 내가 궁금해 하던 것들에 대한 대답을 거의 알 수 있었다. 그 만큼 기독교적 해석에 세뇌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불교나 유교에서도 명상이나 수련을 하면 그런 신비한 능력들이 모두 나타난다. 즉 분별심과 자아의 노력이 잠들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그런 신비한 영적 능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성기도를 하면서 기도에만 집중할 때 방언이나 영적 능력이 생기는 것도 그 순간에 자아가 내려지면서 영적 세계가 열려서 가능했던 것이다. 나처럼 생각이 많고 주변을 의식하게 되면 분별심 때문에 그런 영적 세계가 열려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능력은 한 사람의 종교적 믿음과도 관련이 있지만, 그 믿음이란 것은 자아를 내려놓는 정도의 차이이지, 종교적 차이는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