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냉장고를 유성구청 수거팀에게 보내고 옷을 두껍게 껴입고 외출을 했다. 영풍문고에 들어서 책을 둘러보고 유성 홈플러스에 갔다. 이층 매장에서 잔치국수(3,000원)를 한 그릇 맛나게 먹고 견과류차 한 통을 사서 유성천을 따라 걸어왔다.
가을에 포플러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겨울 바람에 날려 많이 사라졌다. 그나마 얼마남지 않은 낙엽들은 사람들 발에 밟혀 짓이겨져 있었다. 이 장면이 추한 장면일까? 아스팔트를 지나가는데 곳곳에 담배꽁초가 뒹굴고 있었다. 이런 장면은 어떨까? 악한 장면일까? 길에 담배를 버렸으니 옳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장면 모두 선과 악이 없다. 이성적 판단이나 윤리적 잣대를 대지 않으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 세상을 이리저리 생각으로 난도질하면 세상은 금새 고통을 앓게 된다. 세상도 상하게 되고 자신도 상하게 된다.
때로는 감각적일 필요가 있다. 감각적이라는 것은 몸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를 말한다. 그 수용된 감각 정보에 생각이나 판단이 관여하면 세상은 정신에 의해서 오염된다. 오염된 세계는 선과 악으로 구분되고, 시시비비가 갈리고, 내 것과 네 것이 생기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