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정심지((淨心地)를 얻으면 보이는 것이 미묘해지고 그 용(用)이 수승하게 바뀐다. 그리하여 보살지가 다하는 데에 이르면 그 구경을 본다.
- 《대승기신론》중에서
정심지는 보살 10지 중 초지이다. 초지에서 비로소 미묘한 색을 보게 되며 지(地)의 단계가 깊어질수록 그 용(用)이 점점 더 수승해진다. 제10지인 보살 진지에 이르면, 수행자 자신이 법신을 증득하는 경지에 이르러 궁극의 근원을 보게 되므로 구경을 본다고 말한다.
보살지에 이른 수행자는 일반 범부가 응신만을 보는 것과 달리 법신의 현현으로서의 보신을 볼 뿐만 아니라 그 스스로 법신의 지위에 들어서게 된다. 즉 수행자 자신이 정법훈습을 통해 무명을 걷어냄으로써 진여법신을 증득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행자는 자신이 바라보던 법신의 현현으로서의 보신이 바로 자기 자신 안의 진여법신의 현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수행이 깊어짐에 따라 궁극으로 나아가게 되며, 결국 보는 자와 보여진 것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그 둘이 하나로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던 진여가 결국 그 진여를 바라보던 나 자신의 진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둘이 완전히 일치하여 더 이상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가 둘이 아니게 되는 것이 부처의 경지이다.
- 《대승기신론 강해》p.283~284, 한자경 지음
나는 보살지 중에서 초지인 것 같다. 내가 본성을 자각한 때가 11월 9일이다. 위의 글처럼 나는 보는 자와 보이는 자가 하나라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옛 습성은 남아 있어서 순간적으로 자의식에 이끌릴 때도 있지만, 의식적으로는 '나'라는 자의식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나타나는 현상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 위 글을 읽으니 내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