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으로 거듭나면 그 사람은 바로 성인이 될까?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니다. 성령으로 거듭나는 것과 성인이 되는 것은 별개이다. 성인이 되는 것은 인간적인 어떤 상태를 말하는데, 그것은 인격과도 관련이 깊다. 성인이 되는데 거듭남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사람 자체가 성인이 되는 건 아니다. 성령으로 거듭나면 지혜가 생기고, 삶에 자유를 얻는다. 그 외 그 정도에 따라서 이런저런 변화도 많다. 윤리적으로 더 나은 사람도 된다. 하지만 옛날 습성도 처음에는 여전히 남아 있고, 불완전한 모습도 그대로 갖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옛사람을 죽여가면서 성령이 완전히 삶을 지배하도록 한다면 그때는 성인처럼 높은 정신적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정도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수님은 정말 특별한 경우였다. 그러니 온 세상이 그를 따르는 것이 아닐까? 그 전에는 여전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성령을 경험하고 있지만 내 본래 모습은 예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제 시작 단계이다보니 인격을 갖추거나 습성을 고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게을리하면 중도에서 낙제될 수도 있다. 깨달은 사람이 어찌 저럴 수 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깨달았다고 바로 인간적으로 원숙한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다른 깨달은 이도 그렇게 말하고, 내 경험에서도 그렇게 느껴진다. 다만 일반 사람들과 삶을 바라보는 기준은 다르다. 인간적인 제도, 관습, 법률 등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것들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그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마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의 질서는 존중은 하되 그것에 지배되지는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인간 세상의 질서를 넘어설 수도 있다. 예수님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 또한 점점 그런 기세로 삶이 살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