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마음은 속을 까도까도 근원을 알 수 없는 양파와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하나님이 무엇인지, 구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껍질을 파헤쳐 뒤집었다. 하지만 끝없이 껍질만 벗기는 활동 외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 견성을 한 후부터 마음은 복숭아 열매처럼 묵직한 씨앗을 하나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씨앗에서 삶의 모든 생명이 발산된다. 보고 듣고 느껴지는 모든 것에서 그 생명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 게 없다. 본성, 즉 성령이 추상적이 아니라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옛 습성과 본성은 부단히 싸운다. 의식이 예전처럼 대상에 집착하면 나도 모르게 그것에 매몰되어 버린다. 그러다가 정신이 차려지면 다시 본성으로 의식이 자리한다. 대상에 집착될 때에는 마음에서 갈증이 생긴다. 과거의 일어났던 것과 파생된 새로운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고, 현재의 불안이 은근히 고개를 쳐든다.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미래에 대한 어떤 준비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의식이 현세에 있을 때에는 삶 자체가 불안 자체이다. 그러다가 본성으로 의식이 자리하면 평화가 찾아온다. 과거의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그냥 흘려보낸다. 미래의 걱정은 굳이 일어 나지 않는다. 계획이 생기더라도 말 그대로 계획이다. 불안이 담겨있지 않다.
의식을 늘 본성에 자리하도록 하는 것은 한 순간에 되지 않는다. 깨달은 이들은 거의 다 10여년 이상 공부를 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 공부를 게을리하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중에서 많은 이들은 옛 습성으로 되돌아가서 본성을 다시 잃어버리기도 한단다. 그래서 너무 늦게 깨달음 공부를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지금의 나는 시기적으로 딱 맞다. 중년을 지나기 전에 본성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 다만 지금 상황으로써는 본성이 늘 이어지지 않고 망상에 한번씩 떨어지기 때문에 그것이 나를 답답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