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는 깨달은 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설법을 하였다. 깨달음은 말하고 듣는 중에 일어난다. 처음 다섯 제자를 깨닫게 할 때에도 그들을 찾아가서 자신이 깨달은 법을 말함으로써 가능했다. 그 후로도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계속 설법을 전했다. 그렇게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깨달은 사람이 많이 나오게 되었다.
오늘날 불교계에서는 깨닫기 위해서 수행을 한다. 자리를 잡고 명상을 하거나 몸을 괴롭히면서 수행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서 깨닫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수행하다가 어떨결에 어떤 소리를 듣고, 무엇을 볼 때 깨닫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나도 마음공부를 하면서 깨닫는 방법을 모르니 선수행법이나 다른 여러 명상 방법을 찾아서 공부하고 실행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이치를 터득하면서 선지식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설법을 들으면서 굳이 수행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확신이 들 때까지 참 많은 책을 읽었고 동영상을 보았다.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들어봐야 제대로 된 방법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길은 방법 없는 게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절대로 깨달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지 깨달으려는 의지도 없고 필요한 정도의 노력도 없다면 깨달음은 없다.
기독교에서 성령으로 거듭나는 것이 불교적으로 말하면 깨달음과 같다. 불교도 중에서 이것을 아는 사람은 꽤 있는데, 기독교인들 중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주 없다. 만약 기독교인이 이것을 인정하면 그는 단번에 이단 낙인이 찍히어 교단에서 추방될 것이다. 그러니 기독교인으로 남으려면 그는 절대로 타종교의 진리를 인정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기독교계 내에서 진짜 성령으로 거듭나는 사람이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해변 모래사장 안에 한 톨의 밀알 찾기 정도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런 사람이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 이단시되어 화형당하거나 추방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백 년 동안 그런 사람을 찾으라면 다석 류영모 선생이 대표적이다. 그도 그 당시 이단으로 낙인이 찍혔었다.
기독교에서 진정으로 거듭나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예수님의 복음을 기본으로 삼지 않고 사도 바울의 교리를 근본 진리로 삼아서이다. 사도 바울의 복음은 예수님을 신으로 만들어 그를 속죄양 삼아 그를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복음은 그게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오늘날까지 단지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그 교리로 인해서 사람들은 의식의 변화는 없고 단지 자기 스스로 그 믿음에 대한 위안만 간직한 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간혹 신비주의 신앙이 나타나서 하나님과 합일하는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아를 죽임으로써 내 안의 성령이 부활하도록 이끌어 거듭나는 체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기독교 주류에 의해서 핍박받아 죽거나 쫓기어 나갔다. 그렇다보니 오늘날까지 겨우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독교에서 유일하게 성령으로 거듭나는 체험은 그런 사람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마음공부를 하면서, 기독교에서는 왜 거듭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의문점이 계속 들었었다. 불교에서와 마찬가지로 깨달음과 거듭남은 자기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것은 등불을 든 다섯 처녀들처럼 어느 날 불시에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등불을 준비했던 것처럼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 깨달음이 오지 않는다. 그 준비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면 방법이겠다. 그것을 나는 기독교 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부처님이 제자들을 깨우치게 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 바로 설법을 통해서였다. 그렇다면 예수님도 끊임없이 설교를 하셨는데 아마도 같은 원리에 의해서 그런 것 같았다. 아하~! 진리는 먼저 깨달은 사람으로부터 그것을 들음에서 나타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오직 자신만을 따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곁에서 늘 진리의 말씀으로 그들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런 방법은 오직 깨달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교육 시스템으로 이론화 된 지식으로 양육된 사람에게서 들으면 그런 효과는 없다. 그러니 기독교 내에서 진짜 거듭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오늘날 진정으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교회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회에서는 더 이상 예수님의 복음을 실천적으로 전달할 능력도 못 되고 그런 시스템도 없다. 예수님의 복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회 목사나 교역자들은 바울의 교리로 제도화된 지식으로 길들여진 사람들이어서 자신도 거듭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 길로 인도하지 못한다. 즉 눈 먼 자가 눈 먼자를 인도하는 꼴이다. 물론 자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너무 자명하게 보인다. 나 뿐만 아니라 깨어있는 사람은 거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에게 자신이 거듭났다는 표징은 그냥 믿음 하나 뿐이다. 간혹 방언하고 예언하고 병고치는 은사가 있다면 그런 것을 표징으로도 삼겠지만, 그것은 단지 영적 은사이며 능력일 뿐이지 거듭남의 표징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다 가질 수 있는 것들이다. 거듭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거듭났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하나님을 찾는다. 여전히 영적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표시이다. 조금만 힘든 일이 생기거나 어떤 큰 바램이 있다면 여전히 하나님을 찾는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거듭났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있는 그대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못하니 그는 여전히 자아가 그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아는 죽을 때까지 꿈털거리겠지만, 거듭난 사람은 하나님과 하나되어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나님 자신으로 삶을 사는데 하나님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내 경험을 말한다면, 내가 본성을 보기 전후의 구별이 뚜렷하다. 전에는 몸, 생각, 느낌 등이 주체가 되어 삶을 살았다. 지식으로 예수님이 나의 구주 나의 하나님이라고 아무리 고백해도 거듭나지 못한 사람은 그 말은 그냥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다.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다. 여전히 삶은 '나'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이 욕망하고 추구하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본성을 본 후로는 의식이 달라졌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도 느껴진다. 자아의 힘은 지난 날 살아온 세월이 있어서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의식의 변화는 확연하다. 이전에 내가 몸-생각-느낌으로 세상을 봤다면, 지금은 그 몸-생각-느낌 조차 바라보는 존재가 확연히 자리를 잡았다. 눈 앞의 나무나 사람을 보더라도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그것을 보고 있다. 즉 성령이 내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그 내가 세상을 본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이제는 하나님을 굳이 찾지 않는다. 하나님이 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데 무엇을 더 찾으란 말인가? 굳이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그 자체가 이미 다 알아지고 있다. 굳이 내 힘든 것을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미 그 자체로 아시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하나님 도와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그 아픔 자체를 하나님이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달리 해결하는 것과는 별개이다. 힘들고 아픈 때에는 그것 자체가 하나님의 뜻이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그냥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는 것 뿐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요 섭리이다. 보이는 이 '나'라는 존재는 그 속의 일부분일 뿐이다.
내가 여전히 기독교 세계에 속했다면 나는 여전히 힘들어하고 고통받고 하나님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그 허공을 채우기 위해서 여전히 교회에 출석하고 목사님 설교 듣고 찬송하고 끊임없이 기독교적 활동을 하며 위안을 삼았을 것이다. 목마르지 않는 샘물을 마시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그런 노력을 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는 동안에는 위안 받으며 안심을 한다. 하지만 그 약발은 그 순간 뿐이다. 그리고 살아서 천국을 보지 못하니 죽는 순간에 천국을 꿈꾸며 자신을 위로한다.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난 그런 삶이 싫었다. 내가 원하는 건 진리 그 자체였다. 진리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