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도덕경》을 읽고 있다. 이십대에 사 두었던 책인데 어제오늘 다시 읽고 있다. 해설은 읽지 않고 본문만 읽는다. 내가 체득한 도(道)를 기준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너무 잘 이해가 되고 재미있다. 내가 이해된다고 말하는 것은 체험되는 그대로 글로 표현되어서 잘 이해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견성하지 못한 사람이 이런 책을 읽고 이해한다면 그는 언어나 상상으로 이해하는 것이지 실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이해되는 것이 이전 내가 이해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예전에는 이해하기 위해서 생각해야 했다. 지금은 그냥 道가 설명되어진 그대로 확인되며 읽혀지고 있다.
어제 서점가서 여러 권의 《도덕경》을 훑어 보았다. 적당한 책 한 권을 사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대신 음악서적 한 권 구입해서 나왔다. 깨달은 사람이 쓴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다. 모두 저자의 생각으로 풀어 썼거나, 다른 이들의 생각을 집약해서 쓴 책이었다. 예를들면, 한 저자의 눈 앞에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과일이 있는데, 그 과일의 온갖 잡다한 맛의 설명을 책에 기록해서 그 과일의 맛이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런 책을 읽고 자신도 그 과일의 맛을 안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아무도 그 과일의 맛을 모르니 서로 이맛이니 저맛이니 비판하며 싸운다. 하지만 먹어본 사람은 누가 과일을 먹고 말하는지 딱 보면 단번에 안다.
세상의 모든 경전 해석은 깨달은 사람만이 할 자격이 있다. 그래야 헛다리를 짚지 않는다. 오늘날 경전 해석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주로 한다. 오히려 더 혼란만 가중시킨다. 지식은 道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식은 道에 대한 어떤 이의 설명이지 道 자체가 아니다. 더군다나 道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설명이 거의 다여서 도무지 道와 관련이 없다. 지식은 아무리 많아도 공허하고 배부르지 않고 채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道을 체득한 사람은 그 자체로 이미 배가 부르고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이다. 물론 道를 체득하고 지식까지 있다면 그것은 더할나위 없이 좋다.
모든 불경도 깨달은 사람이 불법을 설해야 하고, 성경도 진정으로 거듭난 사람만이 설교하고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