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독교와 불교의 공통점을 말하면 근본주의 신앙인들은 얼굴살이 찌푸려지고 마음이 불편함으로 들끓을 것이다. 하는 수 없다. 자기들 마음에 그려놓은 진리와 맞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경험한 진리를 말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예전에 그들처럼 내가 믿던 종교의 교리와 전통과 지식의 굴레에 속박되었었다. 그러니 그들 심정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지독한 근본주의 신앙인이었다. 하나님 외에 다른 종교에는 구원이 없다고 생각했고, 오직 구원은 예수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20대부터 얼마나 많은 신학서적과 기독교 서적을 읽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종교적 활동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것 외에는 달리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게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봐도 비슷비슷한 것 같다. 자기 체면에 빠져서 자기는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지금의 기독교 집단은 성령으로 거듭나지 못한 사람들이 이끌고 있어서 교회의 타락과 퇴보를 막을 수 없다. '아니다, 나는 성령으로 거듭났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잘못 생각했을 것이다. 기독교는 줄곧 사도 바울의 교리를 기본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사도 바울의 복음으로는 예수님의 성령으로 거듭나는 대전환을 맞을 수 없다.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다 이르지 못할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예수님의 복음과 사도 바울의 복음이 좀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만 제대로 알자. 그러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한국 교회도 대형교회를 시작으로 그 부폐에 점점 썩어가고 있는 중이다. 유럽처럼 사람이 모이지 않는 유령 교회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교회는 그 세력이 점점 줄어들겠지만, 대신에 종교를 초월한 영적 모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나님은 온 세상 도처에 존재한다. 하나님이 없는 곳은 단 한점도 없다. 기독교 안에서만 하나님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은 넌센스에 불과하다. 내가 삼 년 넘도록 그런 조사를 다 해 봤는데, 종교와 상관없이 하나님은 찾는 자에게 늘 자신을 나타내셨다. 이미 우리 역사 안에서도 하나님은 늘 계셨다. 물론 다른 이름, 다른 현상으로 자신을 드러내셨다. 유대인들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은 그들 문화의 방식대로 나타난 것이지 그게 유일한 방식은 아닌 것이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본 하나님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소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말을 하고 성경에도 그렇게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이지 그 자체가 진리는 아니다.
아마도 기독교인들 중에는 이런 내 글을 일고 마음이 심히 불편해 질 수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진리를 살펴보기를 권한다. 막연히 '내가 믿는 종교는 틀릴리가 없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희망사항이다. 스스로 점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들이 진리를 제대로 말하는지 알 수 있을까? 믿는 목사나 교사가 말했으니 진실일꺼야 라고 생각하는 것도 희망사항이다. 그들 또한 당신과 다름없는 생각에서 길들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목사라는 직분은 지금의 기독교 교리를 충실히 따르는 자에게 주어지는 자격증이 아니던가. 그들 교역자들은 자신이 속한 교단의 교리를 전달하지, 늘 보편적인 진리를 말하지는 않는다. 진리는 보편적이다. 그것만 알아도 함부로 속단하지 않을 것이다. 진리의 보편성은 기독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