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처음 세상에 나와서 외친 말씀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마태복음 4장 17절)'이다. 여기에서 '회개하라'의 헬라어는 '메타노이아(metanoia)' 라고 하는데 이것은 '의식을 전환하라', '마음의 상태를 바꾸어라'라는 의미이다(이 구절로 나는 이곳 <삶의노트>에 참 많은 글을 썼다).
불교에서의 깨달음도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형성되어 온 변질된 의식을 본래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하나의 자아의식으로 살아왔던 것에서부터 전체의식으로 변화되는 게 바로 깨달음이다.
예수님의 복음에서 회개하는 것과 불교에서 깨닫는 것은 둘 다 의식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것이 바로 구원이고 깨달음이다.
의식을 바꾸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먼저 기독교적 의미로 말한다면, 의식이 바뀌는 것은 내 중심의 자아가 죽고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즉 거듭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이제 내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는 무엇인가? 바로 내가 하나님과 동격이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잃어버렸던 신적 신분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의식이 바뀌면 본래부터 나는 하나님과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교에서의 깨달음도 의미가 같다. 한 사람의 자아로 살다가 몸과 생각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진짜 나는 몸-생각을 포함해서 이 세상을 경영하는 그 배후의 절대적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그 존재는 불교에서 성품, 미르자나, 부처, 마음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어지는데, 기독교의 하나님과 같은 존재이다.
기독교나 불교나 서로를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상대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아는 것은 그저 비판거리를 찾아서 비판하는 정보 밖에 되지 않는다. 예를들면, 기독교인이 불상을 보고 우상숭배라고 비판하고, 깨닫기 위해서 명상을 하는 것을 두고서 개인적인 수련을 위해서, 자기 개발을 위해서 하는 것 정도로 폄훼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불교에서도 신자들이 불상을 섬기면 우상숭배라고 배격한다. 우상을 따진다면 불교는 기독교보다 더 철저하게 우상을 배격한다. 기독교인은 마음 속에 하나님이나 예수님을 상상하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교에서는 부처나 조사를 만나거든 죽이라고까지 말한다. 즉 참된 존재는 그런 상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깨닫기 위해서 명상을 하는 것도 자기 속의 미르자나(하나님)을 알기 위함이지, 단순히 자기 개발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성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명상을 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은 이 원리를 바로 이해한다. 불교에서 깨달은 사람도 바로 이 원리를 이해한다. 하지만 두 종교 모두 진정으로 거듭나지 못했거나 깨닫지 못한 사람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본질은 보지 못하고 늘 피상적인 것에 매달려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