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을 보려면 자신을 모두 내려 놓아야 한다. 자아가 살아 있는 한에서는 깨달음이 생기지 않는다. 자아의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생각이다. 생각은 끊임없이 분별하고 판단하고 비판한다. 그런 이유로 생각이 움직이고 있으면 본성은 자각되지 않는다.
깨달음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도 문제가 된다. 그는 스승의 말에 전적으로 순종하지 않고 늘 판단하려 한다. 깨닫지 못한 자가 깨달은 스승의 말을 판단하니 어떻게 깨달음이 생기겠는가? 그래서인지 너무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서 깨닫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일찍이 이런 걸 알았기에 깨달음에 이르는 원리를 이해한 다음에 마음을 모두 비웠다. 그래서 빠르지도 않았지만 너무 늦지도 않게 본성을 자각했다.
체험담을 들어보면 하루 만에 깨닫는 사람도 있고, 한 달 안에 깨닫는 사람도 있단다. 그런 사람들은 거의 다 사전 지식없이 스승의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여서 깨달은 경우였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 사람들이 있긴 하나 보다. 나는 처음 시작해서 견성할 때까지 거의 삼 년 반 걸렸다.
지금 견성 후 한 달이 지났는데 속이 시원하면서도 그 밋밋함에 마음만 평화롭다. 이 상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단지 일상 그대로인데 깨닫기 전에 처럼 답답한 것은 없다. 앞으로 10년 세월 본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게 멀게만 느껴지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순간순간 별 문제가 없는 것도 같다.
지금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본성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본성이 자아를 통제할 때 의식의 변화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하긴 하다. 지금은 자아가 본성보다 힘이 더 강한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