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 뒤여서인지 집앞 골목길이 무척 미끄러웠다. 약간 경사가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곧잘 넘어지기 쉽고 자칫 팔이 부러질 수 있는 지경이었다. 이곳은 매년 길이 얼어서 살벌한 얼음길이 되곤 했다. 더군다나 충남대학교 지역이라 학생들이 많이 오간다. 그래서 더더욱 조심스러운 길이다.
조금 전 마트에 다녀오는데 너무 미끄러워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주변에 모레도 없어서 집에 있던 화분을 하나 가져왔다. 식물은 없고 흙만 몇 년 째 말라서 있던 것인데 그것을 부수어서 길에 뿌렸다. 집앞만 겨우 뿌릴 수 있을 뿐이어서 어떻하나 고민하다가 조금 떨어진 곳 야산에서 흙을 담아오려고 걷고 있었다. 마침 소방관들이 나와서 석회가루 같은 걸 몇 포대 가져와서 길에 뿌리고 있었다. 그걸 좀 얻어다가 집앞 길에 넓게 뿌렸다. 그나마 미끄러지지 않고 좋았다.
여기서 오래 살았지만 다른 사람들 생각해서 흙을 뿌린 건 처음이다. 여러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무신경했는데 이상하게도 점점 마음이 이타적으로 변한다. 길을 걷다가도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 보면 곧잘 도와주곤 한다. 그냥 지나치면 마음이 무척 불편하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적극적이지는 않았는데 점점 더 양심이 커지는 걸 느낀다. 마음공부해서 그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