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태가 진짜 깨달은 것이냐는 주장이 깨달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것 같다.
첫번째 부류는 큰 체험과 함께 깨달은 경우이다. 이때 체험은 주로 이러하다. 하늘과 땅이 하나되는 듯하고 자신을 포함해서 온 세상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그 상태가 잠시 유지되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데, 이 체험이 깨달음을 증명하는 체험이라고 주장한다. 이때는 본성이 확연히 드러나서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진짜 깨달은 사람들의 체험을 보면 종교를 초월해서 이런 체험이 주류를 이룬다. 이때 자아는 거의 죽는다. 나중에 나타날 수는 있어도 그 체험과 함께 한 동안 자아는 맥을 못춘다.
두번째 경우는 위 경우처럼 강렬한 체험은 아니지만, 마치 밑둥이 빠지듯이 쑥 내려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마음이 확 트이는 그런 체험을 하면서 깨닫는 경우이다. 이때 환희심이 함께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면서 세상이 성성하게 깨어있음 상태가 유지된다. 이 깨어있음 상태는 길 수도 있고 금방 사라질 수도 있다. 이때 잠시 자아의 죽음을 맛보기도 하지만 금방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많다.
세번째는 별 체험없이 '아하, 이거구나' 하는 정도의 체험이다. 내 경우가 정확히 이러했다. 몇몇 깨달은 사람과 백운 스님의 말에 의하면, 이런 경우는 견성하기 전에 너무 많은 이치를 알고 있어서 그렇단다. 깨닫기 전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서 깨달음이 왔을 때 뻥 뚫리는 느낌보다 그것을 확인하는 느낌으로 와닿는다는 것이다. 첫번째와 두번째 경우는 너무 간절하면서도 마음이 꽉 막혀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깨달음이 오니 격렬한 체험이 함께 동반되는 것이라 한다. 나는 지난 삼년 반 동안 이쪽 분야로만 200여권의 책과 1,000여편 이상의 동영상을 봤다. 동서양 깨달음과 관련된 책은 종교를 가리지 않고 거의 다 찾아서 봤다. 그래서 큰 체험이 없이 확인하는 정도의 깨달음이 왔는지도 모른다.
첫번째 체험을 한 사람은 자신의 체험이 깨달은 체험이고 다른 것들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두번째와 세번째를 체험한 사람은 모두 다 깨달은 체험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체험과 깨달음은 같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체험은 깨달을 때 동반되는 하나의 현상이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유독 첫 번째 체험을 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체험을 좀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몇 사람이 그런 주장하는 것을 봤다. 두 사람 다 첫번째 체험을 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여러 사람들의 주장과 내 경험을 정리하면 이러하다. 본성을 보는 것은 체험이 강렬하든 없든 간에 똑 같다. 자신이 사라지는 듯한 강렬한 체험이 있어야 깨달았다고 하는 것도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 본성을 봤으면 그게 깨달음이지 무슨 체험이 더 필요한 건가. 단지 체험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좀 더 성성하게 본성을 보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본성을 보는 힘이 좀 약하다는 그 차이 뿐이다. 강렬한 체험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그 체험 이후에 그들이 말하는 본성, 그 자리는 내가 지금 체험하는 본성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결국 같은 본성을 말하고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이전의 천지합일 체험은 그냥 그들에게 온 좀 독특한 체험 정도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 경우를 봐도 본성은 분명하게 보고 있다. 말한 것처럼 그들의 본성과 다르지 않다. 정말 깨달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누가 진짜인지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별력도 지녔다. 내 경험도 깨달음 경험한 다른 사람과 같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생각도 많고 자아의 힘도 강하다. 하지만 한 달 지나면서 살펴볼 때, 자아와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강렬한 체험이 있는 사람보다는 약하지만 꾸준히 그 힘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단지 본성의 힘이 얼마나 삶에 강하게 작용하느냐의 차이이지, 신비한 체험 자체가 깨달음의 척도는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