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어떤 주체를 말한다. 생각을 할 때 생각의 주체가 느껴진다면 그것이 자아이다. 어떤 행위를 할 때 행위하는 자가 느껴진다면 그것이 자아이다. 감정이나 느낌이 들 때 그것을 느끼는 자가 있다면 자아이다. 그런데 그 자아를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정체가 모호하다. 생각, 감정, 의지, 느낌, 보는 것, 듣는 것 등은 구체적인 형상이나 모양이 있다. 즉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지하는 주체, 즉 자아는 실체가 묘연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견성한 사람들 중에서도 자아가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자아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자아도 에너지 형태로 느껴지기 때문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자아의 실체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자아는 없지만 영향력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 나도 오랫동안 자아의 실체에 대해서 경험에 기반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독립적인 자아는 없는 것 같다. 즉 자아의 실체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현상들의 집합으로써 에너지로 느껴지는 무엇은 있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자아라고 말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한 가족을 예로 들어보자.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 있다. 이들은 각자 독립된 형태로 존재한다. 이들은 전체 집합으로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가족은 실제로 독립적인 형태로 있는 것일까? 없다. 가족은 단지 이들의 의미적 이름에 불과하다. 아버지는 사라지면 아버지 자체가 없어진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가족은 이들 중 일부가 사라져도 가족은 그대로 유지된다. 즉 실체가 없어도 '가족'이라는 명칭으로 여전히 있다. 그런데 실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가족의 영향력은 없는 것일까? 있다. 가족의 구성원들의 영향력이 모이면 결국 가족의 영향력이 된다.
자아도 '가족'이라는 명칭과 비슷하지 않을까. 자아 그 자체는 실체가 없는 것이지만, 자아를 이루는 생각, 느낌, 감정, 의지 등은 각각의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가 자아의 이름으로 발산할 때 자아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결국 자아는 실체가 없는 것이지만, 자아를 이루는 에너지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깨닫게 되면 자아의 실체가 없음이 드러나게 되므로, 자아의 요소로써 힘을 발휘했던 것들은 더 이상 자아를 돕지 못하고 그 자체로써의 힘으로 귀환하게 된다. 생각은 생각의 역할로, 느낌은 느낌의 역할로, 감정은 감정의 역할로 돌아간다. 그것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자아는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결론적으로 자아는 없는 것이지만, 의식이 대상에 밀착되어 수축되었을 때 여러 기능들이 에너지 덩어리가 되어 자아(ego)라는 것을 탄생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