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을 두 시간 정도 거닐고 집 근처에 왔을 때 저 멀리서 복음송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중간중간 큰 소리로 '예수믿고 천국 가세요'라고 외치는 한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집에 와서 따뜻한 물에 머리를 감는데 창밖으로 노래 소리가 점점 더 가까와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더 이상 소리가 멀어지지 않았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보았다. 바로 아래 그들의 머리가 보였다. 20대 젊은 남자는 기타를 치고, 가운데 젊은 여자는 노래를 부르고, 오른쪽 장년층 남자는 '예수믿고 천국 가세요'라고 외치며 장단을 맞추었다. 주변에는 젊은 남자 여러 명이 쓰레기 봉투를 들고 여기저기 길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사회봉사를 하면서 노방 전도를 하는 장면이었다. '괜찮은 방법인데?' 라고 생각했다. 머리를 다 감고 드라이기로 말리는 동안 그들의 소리는 사라지고 없다.
그들이 예수를 믿는 이유는 천국가기 위해서이다. 물론 단순한 해석이다. 알고보면 더 신학적이고 의미심장한 이유가 많다. 어쨌든 단순한 해석이 가장 기본이니 그렇다는 것이다. 천국이 없다고 하면 과연 예수를 믿을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이들에게는 살든 죽든 천국은 가야 할 곳이다.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눅 17:20)' 하며 예수님께 묻는다. 이들에게는 천국이 가야 할 곳이 아니라 이 땅에 임해야 하는 나라이다. 그때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0~21)'라고. 예수님에게는 하나님 나라가 어떤 장소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있다고 하신다. 우리 안에 있는 천국은 예수믿고 가야할 곳도 아니요, 이 땅에 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수믿고 천국가야 한다고,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기 위해 전도하고 순종하며 기독교적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비본질적인 것들이며 천국에 대한 관념적 이해일 뿐이다.
천국, 즉 하나님 나라는 내 안에 있다. 의식을 바꾸면 이 세계 자체, 내 삶 자체가 하나님 나라가 된다. '의식을 바꾸어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마 4:17)'라고 하신 예수님의 첫 말씀을 생각하자.
cf. 천국과 하나님 나라는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