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공원 습지길 가장 안쪽 갈대숲에서 도솔산(207m)을 바라보면 저 꼭대기에 민둥산이 보인다. 가끔 올려다보면 그곳에서 사람이 조그만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오늘 저곳을 바라보다가 궁금증이 유발했다. 저곳에서의 도시 풍경이 어떨까? 나는 올라가 보기로 했다. 습지길을 걸으면서 도솔산은 처음 올라가 봤다. 이쪽에서 올라가는 길은 조금 가파랐다. 약 20분 정도 걸어서 산능선에 이르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반대편에서는 거의 꼭대기까지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냥 가볍게 마을 뒷산 산책하는 정도로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도솔산을 중심으로 한쪽은 사람들이 점령했고, 습지길 쪽은 자연이 점령을 했다. 여긴 고라니도 많이 산다.
산능선을 따라서 왼쪽으로 더 올라가니 드디어 저 민둥산 위치에 이르렀다. 아~ 저기서 바라보는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저 아래 갈대숲 가운데에서 이곳 도솔산 벗겨진 곳을 찍었다. 오른쪽 돌다리는 내가 최종적으로 건너서 도솔산을 바라보며 명상을 한 후 되돌아가는 위치이다. 산아래 왔던 길로 되돌아가도 되고, 오른쪽으로 난 뚝길을 따라서 가도 된다.
갑천이 굽이굽이 아름답게 흐르고 있었다. 갑천 뚝길 위쪽에 넓게 펼쳐진 공간은 도안호수공원 예정지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지역인데 아직 땅을 고르고 있다. 언제쯤 완성이 되려나 모르겠다. 그나마 완성되면 참 멋질 것도 같다.
이곳 민둥산은 본래 행글라이더 타는 곳이란다. 경사가 심해서 조금 어지럽기도 했다. 산을 올라온 어떤 남자가 자신의 친구에게 설명하는 걸 옆에서 들었다. 막걸리를 한 잔 했는지 냄새가 자꾸 났다. 사람들은 잠깐씩 경치를 보다가 곧 내려가곤 했다. 나 혼자 30분 넘게 앉아서 아래 경치를 봤다. 너무 좋았다. 오른쪽으로 저 멀리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이 보였고, 그 옆으로 봉우리가 세 개인 삼불봉도 보였다. 그 앞으로는 계룡산국립공원에 속한 수통골의 금수봉과 빈계산도 보였다. 오늘 올라가길 정말 잘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