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동학사 대웅전. 비구니가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한다.)
대웅전 법당에서 비구니가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하고 있다. 나는 대웅전이 정면에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목탁 소리를 들었다. 마침 사람들이 없어서 나 혼자서 이 넓은 공간을 다 차지했다. 눈을 감았다. 아늑했다. 눈을 뜨고 법당의 부처상을 바라보았다. 어떤 스님은 한 겨울에 추워서 부처상을 땔감으로 사용했다던데, 저 부처상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처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절을 하면 괜찮은데, 정말 저 부처상에게 뭔가를 빌고 있다면 허깨비에게 바라는 것일테다.
비구니의 염불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반면에 목탁 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또렷하게 들려왔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텅 빈 마음으로 들려오는 소리만 들었다. 의식의 공간에 소리가 명료하게 울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한 무리의 일행이 올라왔다. 외국인 몇 명과 한국인 몇 명이 와서는 대웅전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했다. 나이가 지긋한 걸 봐서는 어떤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잠깐 시간을 내어 동학사를 찾아 온 듯하다.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서 나는 대웅전을 내려갔다.
산길 중간중간에 글귀를 적은 게 보였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다. 그 아래 파란 글씨로 누군가 답을 적어 놓았다. "홍익인간".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았다. 나는 나다. 굳이 말이나 글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나로서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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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계룡산국립공원 동학사에 방문했다. 12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동학사 아래 버스 정류장에 1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버스만 타면 15분 정도 걸린다. 점심을 못 먹어서 동학사 아래 식당에서 국밥을 한 그릇 사먹었다. 8,000원이었다. 너무 비쌌다. 그래도 다른 특별히 먹을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산길을 걸으면서 낙엽 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낙엽 밟히는 느낌도 좋고, 부스스 내는 소리도 좋았다. 물소리도 어찌나 감미로운지 귀를 간지럽혔다. 평일이어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동학사까지 올라가서 그곳 주변에서 시간을 보냈다. 천천히 걸으면서 명상을 했다. 사진도 찍고 물소리도 듣고 나무와 대화도 하고 산능선을 따라 시선도 옮겨봤다.
다음 주부터 날씨가 많이 내려가서 부득이 오늘 동학사를 갔다. 내년이 오기 전까지 또 갈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계룡산 등산을 한다면 갈 수도 있겠지만 알 수 없다. 오늘 방문도 약 일 년 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