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가운데 흰기둥 두 개가 카이스트 정문이다. 갈대에 가려져 있지만 나와 정문 사이에는 갑천이 흐르고 있다. 어제 오늘 이곳에서 늦은 오후를 보냈다. 긴 벤치가 있어서 머물기 좋았다. 더군다나 석양의 갈대숲 경치가 일품이다.
사람들이 갑천을 따라서 하나 둘 걷는다. 나는 그들에게 시선을 두고 눈길을 옮긴다.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서 주변 풍경이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저 멀리 나무 하나 혹은 움직이지 않는 목표에 시선을 두기도 한다. 그러면 사람과 차들이 지나가는 게 느껴진다. 변화를 명상하는 내 방식이다. 어떤 기준점 없이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면 의식이 혼란해진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의 명상 기술을 익혔다.
움직이지 않는 것에 시선을 두고서 명상을 하면 변화가 없기 때문에 본성의 활동을 느낄 수 없다. 본성은 변화 속에서 드러난다. 물론 모든 사물은 순간순간 변화를 하지만 의식이 그것을 감지하려면 변화가 느껴지는 것을 활용해야 효과가 있다. 종종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나 갈대를 볼 때도 있고, 날아가는 새를 볼 때도 있다. 물소리를 듣기도 하고, 새소리를 듣기도 한다. 어떤 것이든 변화만 있으면 명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