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의식의 힘이 제대로 느껴진다. 깨어있음 상태에서 변하는 대상이 아닌, 그것을 알아차리는 변하지 않는 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자각하고 있다. 깨달음으로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살짝 웃음이 났다.
불교계에서는 '사람은 본래부터 부처이다', '본래부터 깨달아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했으므로 논리적으로 파고들면 맞는 말이기도 했다. 이제는 그 말의 의미가 실제로 자각되면서 경험으로 나타나니 그냥 입가에 미소가 올라온다.
나는 깨달음과 함께 동반되는 신비한 체험도 일어나지 않았다. 잔잔한 희열감은 종종 나타났지만 어떤 대단한 경험도 없었다. 물론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특별하고 진기한 체험은 없었다. 그런데도 영원한 그 실체가 무엇인지, 삶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최근 며칠 사이에 알아버린 듯하다. 지금의 이 경험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면밀히 다른 깨달은 사람의 말과 글을 살펴봤는데, 분명히 지금 내가 경험하는 그것이 실체가 맞다. 며칠 동안 쭉 경험했던 것을 감기로 인한 생각과 망상에 가려져서 나는 실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강렬한 체험이 없었던 터라 또 망상이 나타나면 그것의 감도가 희미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생기더라도 실체를 아는 자각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자성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말이다. 선사들이 선문답을 하고서 제대로 답을 한 제자에게 '그것을 놓치지 말아라' 하는 이유를 알았다. 나도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깨어있어야 한다. 이제서야 시작이다. 그 동안은 준비과정이었다. 지난 일주일 사이 나는 깨달아 있었다. 워낙 조용하게 와서 이제서야 이성이 감지했다. 이미 본성이 자각되었지만 이성이 그 변화를 알아차리는데 5일 정도 걸렸다. 며칠 감기가 와서 마음이 시끄러웠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