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집수리를 하면서 천장을 새로 도배해야 하는데 짐을 옮기기가 불편해서 도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었다. 누워서 보니 군데군데 테이프 자국이 진하게 보인다. 이 상황에서도 알아차림을 한다. 알아차림을 하면서 생각도 한다. 물론 생각도 알아차림을 하면서 나타난다.
천장에는 한 색깔의 도배지로 깔려 있다. 그 중간에 띄엄띄엄 일정한 간격으로 선을 그리며 정사각형 모양의 테이프 자국이 보인다. 시선은 그 자국을 따라서 간다. 배경과 다른 자국을 보며 알아차리고 있다. 그냥 알아차린다. 그 상태를 계속 관찰한다. 알아차린다, 알아차린다 ……. 누가 알아차리고 있는가? 모른다. 굳이 언어로 그 실체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그냥 알아차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 존재를 <나>, 하나님, 부처, 마음, 본바탕 등 다양한 이름으로 설명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개념이며 실체를 가리키는 기호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실체를 경험적으로 자각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그것을 직접적인 경험으로 자각하고 있다. 오늘은 그 알아차림이 더 깊고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