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공원 전망대에 서서 갑천을 바라보고 있는데 논병아리와 오리가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참 쳐다보는데 논병아리는 물속으로 잠수를 하더니 사라지고 만다. 몇 초 후 삼사 미터 떨어진 수면 위로 나타났다. 논병아리는 그렇게 잠수를 반복했다. 나는 그 장면을 깨어서 조용히 지켜봤다.
한번씩 생각이 의식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논병아리가 물속으로 사라졌네?', '다시 나타났네~!' 라며 희미하게 말을 했다. 생각은 대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의식이 생각에 가 있으면 깨어있지 못하게 된다. 의식은 보는 자에 초점이 가 있어야 한다. 깨어서 알아차린다는 것은 논병아리가 물속으로 사라지든지 다시 나타나든지 상관없이 나타나는 현상 그대로 아는 그 자에게로 의식이 가 있는 것을 말한다.
논병아리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논병아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논병아리가 가리키는 것은 논병아리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