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위 사진은 돌다리를 건너기 전의 풍경이다. 나는 습지길 가장 안쪽 이 돌다리를 건너서 가운데 있는 나무 아래에서 아래 사진의 맞은편 풍경을 보며 명상을 한다.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숲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갈대숲을 헤치고 이곳까지 도착하면 물소리가 들리고 이내 돌다리가 나타난다. 돌다리를 볼 때면 반가움에 늘 마음이 흥분되었다. 물가에서 노는 작은 물고기를 살펴보고 나는 돌다리를 건넌다. 어제는 비 때문에 물쌀이 거세어 돌다리를 건널 때 조금 어지러웠다.
건너편에 이르러 나무 아래에서 보는 맞은편 풍경이다. 이곳이 최고의 명당자리이다. 평상시에도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비가 오는 날이어서 사람이 없었다. 나 혼자 한 시간 동안 이 멋진 경관 속에 묻혔다. 명상하는 내내 오직 보이고 들리는 의식에만 집중했다. 그러면 나라는 자의식이 사라진다. 눈 앞의 자연이 바로 내가 된다. 보지 않으려 해도 보이고, 듣지 않으려 해도 들린다. 영원한 힘이 그렇게 보고 듣는다. 가끔씩 자의식(생각)이 고개를 내밀지만, 그것마저 의식 위에 두면 이내 안개처럼 사라진다. 이곳에서 나는 오로지 자연 자체가 된다.
시간이 되어 저 돌다리를 건너서 되돌아 가야했다. 돌다리를 건넜다. 그런데 무척 낯선 돌다리를 건너는 기분이었다. 몸이 저절로 그림 속 돌다리 위를 지나간다고 할까. 이곳으로 건너올 때에는 물쌀에 어지러웠는데, 되돌아 건널 때에는 물쌀의 위협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치 나 아닌 몸이 그냥 돌다리를 지나가는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이러했다. 처음 돌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의식이 있어서 몸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명상을 한 직후 되돌아 건널 때에는 자의식이 아직 몸으로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물쌀의 위협이 몸에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몸은 내가 아니니 남 보듯이 본 것이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