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은 이의 법문을 자주 듣는다. 내가 듣는 법문은 스님들의 설교가 아니다. 스님들의 설교는 목사들의 설교처럼 따분할 때가 많다. 내가 주로 듣는 설교는 도(道)를 아는 사람의 설교이다. 그들은 道를 직접적으로 전달해 준다. 나에게 스승이 있다면 바로 그들일 것이다.
눈을 뜨니 5시 쯤이었다. 누운 채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놓고 눈을 감았다. 정신은 점점 맑아져오고 말소리는 점점 분명하게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말소리가 텅 빈 허공에서 하나하나 드러나는 게 느껴졌다. 그게 어찌나 선명하든지 몸에서 전율이 올라왔다. '듣는 자를 듣는' 그 순수한 순간을 느낀 것이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는데 밖에 비가 오는지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변기에 앉아서 조금 전 일어난 일을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올라오니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분명하지 않았다. 설교 들을 때의 분명함과 빗물 떨어질 때의 흐릿함이 분명 대조가 되었다. 그것은 생각이 가리느냐 아니냐의 차이였다. 평상시에는 생각이 본성과 현상 사이를 가리기 때문에 본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생각이 죽으면 갑자기 본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오늘 내가 짧게나마 그 경험을 한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