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지겨운 것을 잘 참지 못한다.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과 많이 마주치는데,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고, 나이드신 분들은 라디오를 틀어서 걷는다. 습지길을 걸을 때에도, 갑천을 걸을 때에도 라디오를 켜고 걷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이들은 운동하기 위해서 걷는 것이지만, 주변 경관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설사 경치를 본다고 하더라도 생각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에 마음은 여전히 지겨움을 느낀다. 물론 나도 예전에 그랬다.
요즘의 나는 하루 5시간 이상 걸어도 지겨움이 전혀 없다. 정신은 맑고 의식은 깨어있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순간 깨어서 지켜본다. 들리는 모든 것에 귀를 열고 깨어서 듣고 있다. 깨어있음 상태가 유지되니 매순간이 새롭다. 생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에 잠깐 빠질 때도 있지만 금방 알아차리고 깨어난다. 그 때문인지 하루 종일 걸어도 몸은 피곤하지만 머리가 무겁지 않고 가볍다. 아마도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하루하루가 참 즐겁다. 더 추워지기 전에 많이 걸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