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을 걷는데 길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한 살 정도 된 듯했다. 처음에는 나를 경계하더니 조금 지켜보았더니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고양이 먹을 만한 게 있나 싶어 가방을 열어보니 현미떡 한 조각과 귤이 하나 남아 있었다. 떡을 조금 떼어서 시멘트 바닥에 내려놓으니 얼른 달려온다. 그런데 냄새만 맡고 먹지를 않았다. 배가 부를 리 없는데 왜 안 먹지? 입이 까다로운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손을 흔들어주고 가던 길을 나섰다. 혹시나 해서 뒤돌아보니 왠걸 바닥에 있던 떡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비둘기를 만나면 계네들을 먹일 현미를 조금 가지고 다니는데, 앞으로는 고양이 먹이도 조금 가지고 다녀야겠다. 마침 집에 황태포가 있어서 잘게 썰어서 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어 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