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건너다가 되돌아 나와서 물 묻은 발 남김 ^^)
갑천 월평공원 습지길을 가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한 시간 넘게 걸어서 입구 맞은편까지 도착했다. 저 돌다리만 건너면 습지길 입구인데 물이 돌다리를 넘어서 건너지 못했다. 처음에는 맨발로 건너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물에 잠겼있던 돌다리 바닥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자칫 넘어져서 물에 빠질 지경이었다. 절반 못가서 결국 되돌아 나왔다. 돌계단에 앉아서 한참 동안 돌다리를 바라봤다. 물소리가 참 좋았다.
돌다리에 오기 직전에 고라니 한 마리가 길가 갈대밭에 죽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몸에 난 털이 심하게 뽑혀 길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피도 조금 뿌려져 있었다. 이곳 습지에 사는 녀석인데 어떤 짐승이 이토록 잔인하게 죽였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몇 년 전에 근처에서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거의 충돌할 뻔 했던 녀석인데 아마도 이 녀석일 것이다. 마음이 아팠다. 냄새가 안 나는 걸 봐서는 새벽에 변을 당한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유성천 벤치에 앉아서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했다. 어제 오늘 마음이 차분해서 참 좋았다. 전에보다 명상이 더 깊어지고 또렷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