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빌린 책들을 반납하고 다른 책들을 대출해서 도서관 앞에 앉아 있다. 매점에서 음료 하나 사와서 마시고 있는데 차가워서 이가 시리다. 어두워서인지 시커먼 그림자만 주변을 돌아다닌다. 말소리가 허공에서 퍼진다. 담배 냄새도 어딘가로부터 코를 자극한다. 헛기침 소리, 차소리 모두 허공에서 바람처럼 흘러간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하얀 물체가 보인다. 조금 전까지 없었던 물건인데 순간 놀랬다. 다시 주의해서 보니 사람이다. 하얀 머리카락, 흰 오바를 걸친 이십 대 외국 아가씨다. 담배를 피고 있다. 담배 냄새가 저기서부터 흘러온 모양이다.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더니 살짝 시선을 감춘다. 나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의식이 내 몸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눈 앞의 세계가 그냥 돌아가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지각하고 있으면 마치 딴 세상을 이방인처럼 바라보는 것처럼 낯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