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나아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적인 순종을 통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을 앎에 참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명상을 해보면 두 가지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명상하는 방법은 두 번째인 하나님의 앎에 참여하는 것이다.
전적인 순종이란, 현재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대해서 일체 토를 달지 않고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 여기며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음에는 싫은 기색이 있으면서 겉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인 순종이 아니다. 전적인 순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가 없다. 그것이 없이 순종하는 것은 노예나 로봇이 아니야고 말하겠지만, 그 생각과 의지는 하나님이 아니라 자아의 활동이다. 자아가 고개를 들고 있는데 어찌 하나님께 순종할 수 있겠는가? 자아는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그 자아가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진정한 <나>는 실제로 우리 삶을 움직이는 하나님 자신이다. 그러니 하나님께 전적으로 순종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에게 순종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앎에 참여한다는 것은 나를 통해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생기 즉 그 힘을 느끼는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단지 내가 눈이 있기 때문에 보는 것이 아니다. 비록 눈을 통하지만 의식이 없이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 의식은 앎이며 하나님의 활동이다. 하나님은 내 의식을 통해서 세상에 관여하신다. 그렇다고 의식이 하나님인 것은 아니다. 의식은 하나님과 나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의식의 힘, 그것이 변하지 않는 능력이다. 그 힘의 근원이 바로 하나님이다. 나는 그 힘의 근원을 느끼며 집중한다.
오랫동안 나는 명상을 하면서도 그 힘을 잘 알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나는 그 힘이 느껴지고 있다. 정말 미묘한 차이인데 그것을 자각하는게 이렇게도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날아가는 풀벌레의 날갯짓에도, 물오리의 시끄러운 목소리에도,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에도, 갑천을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퀵보드를 타는 젊은 여인에도, 바람에 아스팔트 위를 굴러가는 나뭇잎에도,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온갖 생각에도, 땅을 딛는 내 발걸움에도 하나님이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