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도 부처가 되었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현상계를 완전히 초월하지 못했다. 그는 상한 음식을 먹고 앓다가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예수도 그리스도가 되었지만 죽는 순간까지 죽음의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어떤 깨달은 사람이나 성자도 현상계 안에서는 그 질서를 완전히 초월할 수는 없다.
세계 안에서 어떤 사물이나 형상이나 개념이 신(神)이 될 수는 없다. 현상계 안에서 절대계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상계는 절대계의 현현이고 드러남이다. 표현되고 지시되고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언정 그 자체가 신(神)이 되어 완전한 존재가 될 수는 없다. 스스로 그런 존재라고 일컷는 순간 그는 우상이 되어 버린다.
진실한 종교는 우상을 배격한다. 불교에서는 눈 앞에 부처가 나타나거든 그 부처마저 죽이라고 한다. 이슬람교는 어떠한 형상이나 그림도 불허한다. 그들의 종교화는 우아하고 반복적인 패턴으로 아름다움을 대신할 정도이다. 기독교 또한 철저히 하나님 이외에 어떠한 형상도 만들거나 숭배하지 못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현상계에서는 신(神)을 대신하는 그 어떠한 것도 우상이 된다. 이들 종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자기네 종교만 진리라고 우기는 경우이다. 종교도 현상계 내에서의 한 표현이다. 변화 속에 있는 그것이 어떻게 완전한 진리를 한번에 드러낼 수 있겠는가? 종교간에 서로 진리로 향하는 노력을 협력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원은 고사하고 오히려 살인과 파괴를 일삼으니, 현대의 종교는 신(神)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종교의 역사는 늘 살인과 혐오의 역사일 뿐이다. 이웃 나라를 무력으로 점령하지 않으면 자기네 종교가 전해지지 않으니, 선교의 옷을 들쳐보면 그 속에는 늘 주검과 협박이 도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