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유성천을 따라 걸어서 유림공원을 지나 갑천을 걷는다. 카이스트 맞은 편에서 돌다리를 건너 다시 되돌아가는 코스인데, 돌다리를 건널 무렵 갑자기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늘도 먹구름이 거의 덮혔고 기온도 갑자기 내려갔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물결이 무섭게 일고 있다. 평상시에는 이곳은 참 잔잔하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중심을 잃어 물에 빠질 지경이었다. 갑작스런 온도차에 몸이 움츠려들었고, 소화기 장애가 발생했는지 온 몸이 이상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유림공원을 지날 때 오픈마켓 준비로 분주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장사가 잘 되고 흥이 나야 할 텐데, 날씨가 분위기를 다 잡아먹을 기세다. 집에 오는 길에 비도 세차게 내렸는데, 지금 창밖을 보니 바람도 잔잔하고 비도 그칠 기세다. 지나가는 비바람인지도 모른다.
유림공원 아랫길을 지나갈 때 아이스크림 파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그냥 가려다가 갑자가 달달한 게 먹고 싶어서 하나 담아 달라고 했다.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2000원이란다. '우와, 비싸다'라고 말했더니 대신 많이 담아준단다. 과자컵에 작은 용기로 두 개 얹어 주신다. 뒤쪽에 가면 사람들이 더 많을텐데 왜 여기 계시냐고 물었더니, 손자뻘 되는 애들이 와서 쫓아내어서 어쩔 수 없이 그기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껄껄 웃으며 많이 파시라고 인사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어갔다. 날씨가 험악할 때 그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비를 홀딱 맞고 도망갈 모습이 상상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