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영성 관련 책들이 잘 안 읽혀진다. 그래도 조금씩은 읽지만 이상하게도 신선한 느낌이 없다. 대신에 일상에서 깨어있으려는 의식에 더 끌리고 있다. 깨어서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을 그대로 느낀다.
눈 앞 세상 풍경이 지겹지가 않고 재미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기만 해도 눈 앞 풍경은 신선하다. 그렇다고 그 풍경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풍경은 그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정지된 듯한 풍경이 살아 있다. 숨소리가 느껴진다. 그렇게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어제 늦은 오후에 카이스트를 걸었다. 조용한 장소에서 벤치에 앉아 저물어가는 태양빛에 반짝이는 잔디를 쳐다보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잔디만 쳐다 보았다. 잔디는 말이 없었지만, 잔디는 참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