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역사1》을 읽고 있다. 고대 유대인들부터 중세인들까지의 천국관을 읽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국은 그 시대와 문화마다 모두 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천국은 사람들의 정신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세에서 실현할 수 없었던 욕망을 그들은 천국에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꿈꾸고 있었다.
천국이 실제하는 곳이라면 이렇게 수천 년이 흐를 동안 각양각색의 생각으로 도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국이 사후의 세계여서 알 수 없다고 한다면, 그 알 수 없는 세계를 누가 다녀왔기에 기록으로 남겨져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촉발시킨단 말인가? 결국 사후세계라서 알 수 없는 곳이라면 현세에서 말하는 천국은 모두 가상의 세계라는 것만 입증하게 된다.
유체이탈, 꿈, 환상으로 천국을 보았다는 사람도 많다. 그들이 본 천국은 천국이 아니다. 그렇게 말했던 사람 중에서 실제로 죽어서 육신이 썩었다가 살아난 사람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이 본 천국은 모두 환영이다. 그런 천국은 지금 이 순간 나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은 그 정도의 환영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단지 지금 당장 마음이 천국을 그려내었는냐, 아니면 의도하지 않게 그런 환영이 보였느냐 차이 정도일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천국은, 고대 유대인들 그리고 당대의 유대인들도 천국에 대한 생각이 달랐고, 예수님과 제자들 및 사도 바울의 천국관도 다르고, 초대교회와 중세 사람들의 천국관도 모두 달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왜 다를까? 천국은 실제가 아니라 관념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실제로 천국을 보거나 살아본 사람이 없다. 기껏 환상을 보고 기록을 남기기도 하는데, 그 표현이 자신이 살던 당대의 풍경과 너무 흡사했다. 즉 사람은 환상을 보거나 상상을 하더라도 자신이 살면서 보고 들은 것, 생각할 수 있는 사물만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천국에 대한 모든 기록은 지상적인 세계에다 자신의 환영과 기대를 포함하여 그려낼 수 밖에 없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천국을 자신의 지식과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천국을 실제로 다녀왔다고 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고, 내가 만난 기독교인 중에서도 천국을 경험하고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살아서 천국은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죽어서 경험할 수 있는가? 경험살 수 없다. 우리가 사는 당대에서 단 한 명도 경험할 수 없는 세계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세계는 비록 기록에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때 실제로 경험되는 것이라면 지금도 경험될 수 있어야 진리이다.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은 그것이 실제가 아니고 관념임을 나타낸다. 그렇지 않은가?
cf.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천국은, 현세의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내세의 천국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