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온전히 체험하는 그 순간에는 자아가 녹아 사라지고 하나님만 남는다. 하나님은 텅빈 공(空) 안에서 오로지 순수한 각성으로만 존재한다. 그때 사람들은 신비한 경험이나 체험도 함께 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은 현상적인 것들이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합일 체험이다.
합일 상태에서 빠져나오면 그것이 무엇인지 체험한 본인도 잘 모른다. 이해가 체험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해는 자아의 활동이고, 하나님과의 합일 체험은 본질적인 것이기에 자아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나중에서야 그는 자신이 체험한 것을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이해는 자신이 몸담고 살아 온 그 시대와 문화적 전통에 의한 이해이다. 그렇게 이해된 것을 말과 글로 남기곤 하는데, 그 기록 또한 자신의 문화적 전통 안에서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들면, 내가 한국에 살면서 어떤 초월적 경험을 했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그것을 지금까지 살아온 한국적 문화 속에서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모든 지식과 이해로 파악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기록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한글을 사용해서 내가 습득하고 이해한 방식으로 표현할 것이다. 그리니 사람마다 같은 존재를 경험했더라도 그것의 이해와 표현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후대의 사람들은 그런 경전의 기록을 보고서 자신이 믿는 종교의 하나님이 진정한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경전(기록)은 하나님을 가리키지만 하나님 자체가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직접 하나님을 만나보는 수 밖에 달리 증명할 방법이 없다. 설사 하나님을 체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은 자신의 문화적 습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나님 체험은 초월적인 것이지만, 그것의 이해는 인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나님을 체험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고, 같은 시대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점을 이해한다면 불필요하게 종교간 싸움은 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리가 어떻게 표현된 것이냐가 아니라 진리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