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서 진리에 접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성과 지식으로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비적 체험을 통해서 알아가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이 두 가지 방법이 서로 싸우거나 화해하며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불교에서도 경전 공부를 통해서 깨달음에 이르려는 교종과 마음공부를 통해서 깨달음에 이르려는 선종 사이에서 대립이 많았다.
오늘날 대체로 이성과 지식으로 진리에 이르려는 수단이 더 강세를 보이는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도 지식이 압도적인 영향을 행세했다. 지식이 많아야 진리에 눈이 밝아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완전히 바꼈다. 지식은 진리를 알게 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들면 이러하다. 사과에 관한 책을 천 권 읽었다고 해서 사과맛을 아는 게 아니란 거다. 사과맛을 알려면 사과를 집어 한 입 베어 물면 된다. 그것으로 게임 끝이다. 사과에 대한 지식은 그것을 먹은 후에 하나하나 알아가도 늦지 않다. 하지만 사과에 대한 지식을 먼저 가진 후 사과를 찾으려고 하면 오히려 너무 많은 지식 때문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사과가 아니고 진리일 경우에는 죽기 전에 찾을 수 있는지 조차도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