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마6:3)"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자신이 누군가에게 선행을 할 때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하라는 의미일까? 그래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기부를 하거나 선행을 하면 왼손이 모르게 한 것일까?
선행을 했는데 우쭐한 기분이 든다면, 칭찬들을 마음이 생긴다면, 자랑하고 싶다면,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어떨까? 비록 타인은 선행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저 자신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 아무리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선행을 해도 왼손은 저절로 그것을 알게 된다. 오른손이 선행이라면 왼손은 타인 혹은 자기자신에 해당된다.
우리 몸에는 심장, 위장, 대장 등의 장기들도 있다. 이들 장기는 의식하지 않는 동안에는 그것들의 운동(행위)을 느끼지 못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저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만 몸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의식을 하는 순간 심장과 위장과 대장의 운동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의미는 타인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조차 그것을 모르게 하라는 의미이다. 선행을 할 때 이미 자기 스스로 그것에 대한 의식을 하고 있거나, 어떤 목적이 있어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왼손이 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기 자신 조차 알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어렵다. 보통 사람들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한 행위이다. 그것은 노자의 '무위자연'과도 가깝다. 행함이 있지만 행하지 않는 것, 마치 하지 않는 것 처럼 저절로 이루어 지는 것이 그런 것이다. 스스로 그 행위를 의식하지 않을 때 가능한데, 그 의식하지 않음은 의지를 갖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의지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의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삶이 개인으로 혹은 지체로 분리되지 않은 사람은 가능하다. 전체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 모든 사람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아는 사람, 우리 모두가 한 형제 자매임을 아는 사람은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할 수 있다. 심장이 몸 조차 알지 못하게 행위하는 것처럼, 그 사람은 타인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조차 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식을 갖지 않고 행위를 한다. 마치 숨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서도 몸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처럼 그는 자신의 행위에 의식하지 않은 행위를 함으로써 모두가 한 몸인 인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