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를 안고 살아간다. 그 사람에게는 그 우주가 세계 전체이다. 따라서 지구상에는 인구 수만큼 우주가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하나의 우주, 즉 자기 자신만의 우주만 존재한다. 여러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우주에서는 다른 사람의 우주를 확인할 수 없다. 단지 자신의 우주가 있듯이 다른 사람의 우주도 있다는 논리적 추측만 할 수 있다.
평행우주가 생각났다. 일반적으로 말해지는 평행우주와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어쩌면 이것이 더 명확한 평행우주의 개념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우주에서는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이 나타난다. 내 앞의 사람은 자신과 그 외 모든 사람들이 그의 우주 안에 나타난다. 각각의 우주에서는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 내 우주에서는 내가 주체가 되어 나와 타자를 경험한다. 그의 우주에서는 그가 주체가 되어 그 자신과 나와 다른 사람들을 경험한다. 내 우주에서의 나와 그의 우주에서의 나는 서로 다른 우주에서 존재하지만, 두 우주에서 등장하는 나는 서로 공유되는 영역이 있다. 양자역학에서 원자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는 현상이 있는데, 과학자들은 그 원자들이 평행우주를 넘나들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말하기도 한다. 내 생각에는 나의 우주와 그의 우주 사이를 왕복하기 때문에 원자가 서로 공유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니 나의 우주에서도 보이는 사람이 그의 우주에서도 보이는 것이다.
더운 날씨에 샤워하다가 생각나서 기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