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는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라고 했다. 여기서 하늘은 하나님을 말한다. 어째서 동학의 하늘이 기독교의 하나님이 될 수 있느냐고 따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하나님이 기독교라는 종교의 틀 안에서만 나타나는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주에 가득하신 분이니 누구든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최제우가 종교체험 하는 글을 읽어보면, 마치 모세가 시내산에서 타지않는 떨기나무 아래서 하나님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는 천지가 하나되는 체험을 하고 하늘과 대화를 한다. 그는 그 내용을 《동경대전》이라는 책에 남겼다. 이 책은 천도교의 경전이다. 두께도 얇아 누구든지 금방 읽을 수 있다.
나는 동학(천도교)와 원불교에 관심이 많다. 둘 다 우리나라 토속 종교이기 때문이다. 동학의 그 창시자인 최제우와 2대 교주인 최시형은 도(道)를 깨달아 하늘님을 만난 진정한 도인이다.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 박중빈도 진정한 도인이다. 그는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다. 이 가운데 생멸 없는 도와 인과 보응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뚜렷한 기틀을 지었도다."라고 크게 깨달은 후 자신의 그것이 불교와 많이 닮았다고 하여 원불교를 만들었다. 박중빈도 천지가 하나되는 체험을 했다.
자신이 천지와 하나되는 것을 불교에서 불이법이라고 한다. 즉 나와 너가 없이 세상이 하나라는 의미이다. 세상이 하나이니 자아가 설 자리가 없다. 자아가 없는 자리는 저절로 본성이 드러나게 되며 그 본성이 불교에서는 부처이고, 동학에서는 하늘이라고 한다. 이런 표현은 우리나라의 문화를 바탕으로 본성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성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성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아가 죽어야 한다. 자아가 죽으면 본성인 성령이 저절로 드러난다. 그것이 거듭나는 것이다. 성령으로 거듭나는 사람은 자신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또한 온 천지가 하나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이런 깨달음의 경험은 종교를 떠나서 세계 공통적이다. 그들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각기 자신들의 표현으로 하나님을 이름 짓는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이런 체험이 없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대속신앙을 믿기 때문이다. 이 신학은 예수님의 복음이 아니라 사도 바울의 복음이다. 오늘날 누군가 예수님의 복음을 주장하면 교단에서 이단으로 몰리고 만다. 이천 년 역사 속에서 그렇게 죽은 사람들이 많다. 만약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현대적이고 한국적인 표현으로 복음을 전한다면 틀림없이 이단으로 몰려서 쫓겨날 것이다.
예수님은 분명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
"너희는 하나님과 다르지 않다. 너희 속에 있는 하나님을 찾아라. 지금까지 살아왔던 거짓된 너희 자아를 죽이고, 그 속에 가려져 있는 성령이 살아나게 하라. 성령으로 살아난 자는 하나님으로 살 것이요, 나와 같은 하나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살게 되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에 사는 것과 같다."
이것이 예수님의 복음의 핵심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위에서 말한 세상과 합일 체험(불이법)을 한 것과 같다. 하나님에게 구분이 있었던가? 그러니 당연히 하나님 나라는 너와 나의 구별이 없다. 자아가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체적으로 삶을 사는 세상이 바로 하나님 나라이다.
기독교에서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칭의(稱義, Justification)를 주장하다가 그것만으로 사람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자 성화(聖化, sanctification)에 이르러야 진정한 구원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개신교에서 말하는 성화의 개념은 근원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직 자아의 죽음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것 외에는 구원에 이르는 길이 없다. 믿는 것만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자아가 죽고 성령이 살아나야 한다. 그 표증이 세상과 내가 하나되는 체험일 것이다.
내가 기독교를 벗어나도록 이끈 동기는 몇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만 얘기를 해 보겠다. 기독교에서는 신앙이 좋은 사람도 많지만, 신앙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 문제일까를 생각했다. 특히나 대형교회 목사들은 큰 영적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돈과 권력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자아가 죽으면 죄를 짓지 않을텐데 왜 계속 욕망을 품고 죄를 짓는 걸까? 그러면서도 방언하고, 병을 낫게 하고, 예언을 하는 건 또 무슨 조화인가? 문제있는 사람들에게서 하나님이 성령의 은사를 거두어 가셔야 정상이 아닌가?
오랫 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모두 풀렸다. 그들은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성령의 거듭남을 거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아가 너무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 단지 예수님의 대속신앙을 믿는 것만으로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두 자신은 거듭나서 하나님 나라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아가 죽지 않으면 인간적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대형 교회 목사라고 할지라도 그런 문제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다른 종교를 분석하게 되었고, 그들에게도 진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에 기록한 사실들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기독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이 다른 종교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 분석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로써 사람들이 방언하고, 병을 낫게 하고, 예언을 하고, 환상을 보는 것 등 이러한 신비한 능력을 행한다고 해서 성령으로 거듭난 것은 아니었다.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은 그런 이적을 행할 능력이 선물로 주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거듭난 것은 아니다. 그런 능력은 누구든지 얻을 수 있고, 또 일정한 때가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주로 영성 수련을 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즉 노력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특별하게 보거나 우대할 필요도 없다. 그런 능력이 생기면 좋게 사용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도 진리가 보편적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진리는 특정 종교에 속박되어 있지 않았다. 하나의 종교는 진리의 일부를 전달할 뿐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문화와 언어로 자신들의 하나님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나님을 좀 더 알고 싶다면 다양한 종교에서 드러난 하나님을 알아갈 필요가 있다.
내가 기독교를 벗어난 것은 바로 이러한 사실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러한 사실들을 알아냈다. 그러다보니 생각외로 시간이 좀 걸렸다. 마침 충남대학교 중앙도서관이 옆에 있어서 많은 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고, 인터넷의 도움도 아주 컸다. 하나님은 기독교만의 하나님이 아니었다. 시대와 지역과 상관없이 하나님을 찾는 자에게는 언제나 나타나셨다. 다만 그 수가 아주 적었다는 것 뿐이다. 이것이 내가 지난 3년 넘도록 발견한 놀라운 사실들이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의외로 많았다. 진리를 발견한 사람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특정 종교에 소속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종교를 멀리 하지도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나는 내가 발견한 것들을 가까운 친구들에게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내 친구들은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다.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독주로 되돌아 왔다. 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친구들도 기독교 정신에 아주 세뇌되어 있었다. 자신들은 진리를 믿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아무런 증명도 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은 증명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믿는 기독교 내 다른 사람들은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앙은 그런 게 아니다. 목이 마르면 내가 물을 마셔야지, 다른 사람이 대신 마셔준다고 갈증이 해소되는 게 아니다. 진리는 나 스스로 찾아 품고 있어야 한다. 하여튼 나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더라도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지 않으면 이것을 알려주지 않기로 했다. 자칫 사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가 참 무섭다. 종교적 갈등이 생기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이 사랑을 주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분쟁을 주기 위해서 온 것이라 말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진리를 잘 알지 못한다. 한번 믿은 것은 쉽게 바꾸지도 않는다. 그래서 갈등은 더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