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믿음의 종교라고 한다. 믿음의 종교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예수님의 종교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 믿음의 교리는 예수님의 복음이 아니라 사도 바울의 교리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복음은 현시적인 복음이다. 반면에 사도 바울의 교리는 내세적인 경향이 강하다. 예수님의 복음은 자아의 죽음과 성령의 거듭남과 하나님 나라를 말한다. 사도 바울의 복음은 예수님을 향한 믿음과 그것으로부터의 구원을 말한다.
오늘날 목사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돈을 밝히고, 권력을 휘두르고, 교회를 확장하고, 성적인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은 모두 자아가 죽지 않아서 생긴 일들이다. 설사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은 목사라고 하더라도 그 마음에 그런 욕망이 모두 있을 것이다. 단지 실질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것 뿐이다. 나는 그런 현상들이 모두 예수님의 참된 복음을 알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아가 죽은 사람은 그런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다.
자아는 믿음만으로 죽지 않는다. 믿음은 예수님의 말씀이 참임을 알고 제자로서 예수님과 같아지기를 원할 때 필요한 것이지 거듭남 자체가 믿음이 아니다. 거듭난 사람에게는 더 이상 믿음이 필요하지도 않다. 알지 못할 때 믿음이 필요하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가 나를 믿느냐'라고 말씀하신 것은 그런 의도라고 생각한다. 제자들이 알지 못하지만 예수님을 믿고 따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을 따라서 자아가 죽어서 하나님 나라를 보게 되면 그때부터는 믿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