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나의 영도 있고, 천국과 지옥도 존재한다. 내 영혼은 예수님의 보혈로 구원을 받아 깨끗케 되고 죽은 후에는 천국에 가게 된다. 만약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불에 떨여져서 영원히 고통 속에서 살게 된다.
나는 태어나기 전 엄마의 모태에서부터 교회에 다녔다. 엄마는 나를 몸 속에 품으시고 교회를 다녔다. 그러니 나도 의도하지 않게 교회를 다녔던 것이다. 내가 교회를 다녔던 게 기억나는 것은 6살 무렵부터이다. 대구 북구에 있는 고향 교회인 '산격제일교회'에서 유치부를 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그 후로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부, 청년부를 모두 그 교회에서 다녔다. 그러는 동안 부서를 달리 할 때마다 회장, 총무 등 임원도 했었고, 대학부와 청년부에서는 성경공부 리더도 했었다. 20대부터는 성경공부도 많이 했고 기독교 서적도 엄청 읽었다. QT(Queit Time)라는 것도 있었는데 10살 때부터 했었다. 그때 담당 전도사님이 무척 깨어나신 분이어서 나는 일찍부터 그것을 할 수 있었다. 20살 때부터는 기독교 세계관 공부에도 전념했고, 그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개인성경공부(PBS)'라는 것에도 열정적이었다. 18살에는 네비게이토 선교회에서 훈련도 잠시 받았다. 하여튼 중년이 되기 전까지 내 삶은 온통 기독교적 활동으로 점철되어 갔다.
이러한 내 모든 종교적 삶은 기존의 기독교적 가치관을 확립하고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즉 점점 더 기독교적 인간으로 무장되어 그야말로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그 결과 다른 종교는 절대 인정하지 못했고, 구원은 오직 기독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생각했고, 예수님만이 나의 구세주이며 나의 주님이었고, 천국과 지옥은 있으며, 나는 죽으면 반드시 천국에 갈 것이라 확신했으며, 내가 예수님을 믿는 그 믿음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믿는 그 모든 것들이 진리라는 그 한가지 이유 뿐이었다. 진리이기 때문에 나는 죽음도 불사하고 신앙을 지킬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내가 삼 년을 지나면서 지금 완전히 다르게 변해 있다.
내가 믿었던 그 모든 것들이 진리가 틀림없다면 내 마음도 변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리와 내가 하나인데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리가 아니었다. 단지 믿음이었고, 지식이었고, 생각이었다. 그러니 그 내용이 바뀌니 그것을 대하는 내 태도 또한 바뀌는 것이다. 그 동안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내 영이 있어서 그 영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가게 된다는 신앙은 진리이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기 때문에 믿는 것이었다. 나의 화려한 기독교적 삶이 그런 교육의 과정이었다. 그것이 진리인지는 누구도 증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증명이 된다. 진짜 죽어서 천국이나 지옥에 다녀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모두 환상이나 꿈에 다녀왔다고 하는데 그것은 이미지이지 실체가 아니다.
개개인의 영은 천국 혹은 지옥과 서로 연관되어 있다. 인간에게 죽지 않는 영이 있다면 육체가 죽으면 영은 어딘가에 거처해야 할 곳이 있어야 한다. 그곳이 천국이거나 지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 개개의 영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천국이나 지옥이 필요없게 된다. 내가 개개인의 영이 없다고 해서 영 자체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인간에게 영은 있다. 하지만 그 영은 개개인의 영이 아니다. 오직 하나의 영, 성령만이 있다. 더 정확하게는 하나님 자체이다. 하나님이 인간 안에 있음을 말할 때 성령이라고 표현한다. 하나님 따로 성령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은 삼위일체가 잘못 되었음도 말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오직 하나님의 영만이 존재한다. 개개인의 영은 본래부터 없다. 인간의 육체가 죽으면 몸은 분해되어 다른 요소로 돌아가고, 영은 본래 하나님 자체이니 그대로 존재한다. 그것이 실상이다.
내가 이 사실을 안 후부터 마음이 아주 평안해졌다. 천국과 지옥을 믿는 사람들 중에는 죽을 때까지 떨며 사는 사람이 꽤 많다. 혹시나 예수님을 부인해서 자기 영혼이 지옥불에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해서 말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웃음이 나지만 당사자는 무척 심각할 것이다.
내가 이처럼 생각할 때 모든 것들이 딱 들어 맞는다. 예수님이 전한 하나님 나라 개념과 성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씀 등 모든 것이 들어 맞는다. 즉 예수님이 전하고자 하는 복음은 바로 위와 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자아를 죽이고 하나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내 영이 없으니 삶을 사는 것은 하나님인 것이다. 하나님과 예수님은 하나이고, 예수님과 내가 하나이니 나와 하나님과도 하나인 것이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으로 사는 것이다. 그것이 복음이며 진리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고 개인이 있어서 그 개인이 삶을 사는 것으로 안다면 그것이 정말 원죄라고 할 수 있다. 그 개인은 죽어야 한다. 죽지 않으면 그 안에 있는 하나님이 살지 못한다. 진정 죽어야 할 개인이 육체가 죽을 때에도 죽지 않으니 죽은 후에 그 자아를 이끌고 천국에 가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다. 스스로 잘 관찰해 보시라, 천국에 가려는 자가 누구인지. 이 세상에서 진정 죽어야 하는 자아가 천국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그 자아가 죽었다면 천국을 꿈꾸지도 않는다. 천국에 갈 존재가 죽었는데 누가 천국에 간단 말인가? 자아가 죽으면 그 상태가 바로 하나님 나라이다. 즉 하나님이 삶을 사시니 하나님 나라가 아닌가?
내가 개개인의 영이 없고 천국과 지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오늘날 우리가 믿는 기독교 교리는 모두 사도 바울의 신학이다. 예수님의 복음과 내용이 다르다. 그 때문에 기독교 교육에 철저하면 할수록 사도 바울의 복음을 따르게 된다. 마치 내 삶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예수님의 복음을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니 자아를 죽이고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인들 중에서 자신이 성령으로 거듭났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자아가 아주 튼튼하게 살아 있었다. 어떤 이는 너무 근육질이어서 힘이 대단한데도 자아가 죽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진정 자아의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자아의 죽음을 들으니 모두 하나같이 곡해를 하는 것이다. 구원이 그렇게 쉬웠던가? 그냥 믿기만 하면 구원이 주어지던가? 그것이 함정이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했던 말과 행위를 잘 보시라. 어디 쉬운게 있었던가? 삼 년을 함께 지냈지만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자 그들은 다 도망갔다. 자아의 죽음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