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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3일

 

아침에 유림공원에 왔다가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오래 있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후에 유성 홈플러스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다시 유림공원에 왔다. 유림공원은 홈플러스 길 건너편에 있다. 공원 전체를 돌지는 못하고, 반도지 연못 벤치에 앉아서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즐겼다.

하늘의 구름은 시시각각 흘러갔다. 저마다 구름층을 달리해서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도 달랐다. 연못에 솟아 난 갈대들은 바람의 이동에 따라 함께 휘청거렸다. 분수는 한결같이 하얀 물줄기를 토해내고, 그 옆에 무겁게 솟은 돌탑은 변화를 속으로 짓누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연못 주변의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강아지를 끌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이를 데리고 산책가는 여인도 있었다. 한쪽에서는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에 앉아 열심히 사지를 흔드는 장년들도 보였다.

나...? 그냥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눈 위로 모자챙이 조금 보였다. 고개를 숙이니 검은 운동복 바지가 보였다. 옆에는 가방이 벤치 위에 놓여 있었다. 커피 컵을 들고 있는 왼쪽 팔도 보였다. 짧은 소매 아래로 그을린 자국도 보였다. 종종 생각이 눈앞으로 지나가기도 했다. 박정현의 '편지할게요' 노래가 흘러가다가 의식이 돌아오면 사라지고, 잠시 방심하면 또 다른 생각이나 노래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구름이 흘러가는 건 자연의 일상사이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자연의 흐름이다. 아이가 엄마 따라 아장아장 걷는 것도 자연의 순리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지나가는 여인네도 자연의 이끎이다. 마음에서 생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도 자연의 현상이다. 생각조차 자연이라면, <나>는 누구인가? 이 모든 것을 늘 한결같이 지켜보는 그것이 바로 <나>이다.

마음은 끊임없이 말하고, 노래를 들려주고, 그림을 그리고, 옛일을 추억하고, 괴상한 상상력을 펼치고, 지나간 일로 힘들어하고,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불행해 한다. 하지만 마음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것들은 하늘의 구름에게서 일어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내가 의존하며 살고 있는 이 몸에서 그 특성대로 일어날 뿐이다. 나는 그 모든 사태를 지켜본다. 다만 이러한 봄(viewing)이 아직 약하지만 점점 강도가 올라가고 있다.

오늘은 이 몸과 생각이 상당히 낯설어 보였다. 마치 하늘의 구름과 바람따라 흔들리는 갈대 같았다고나 할까. 단지 그것들 중 하나로 보였다. 

Copyright ⓒ 2000~Now 김무용(Kim Moo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