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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1일


(유성천) 

유성천을 따라서 내려오는데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하천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어제는 하천 바닥이 다 보였는데 오늘은 중간중간 놓여져 있는 돌다리마저 완전히 잠겨 있었다. 야생 오리들도 비상이 걸렸다. 오리 가족이 하천 옆 자전거 도로 위까지 올라와서 대피하고 있었다. 내가 지나가자 눈치를 보면서 하천으로 뛰어들 자세를 취했다. 괜히 위험 부담을 줄 것 같아 길 옆으로 조심스럽게 비켜갔다. 

 


(유림공원 정자) 

유립공원에 도착했다. 비는 점점 더 굵어지고 내 몸도 점점 식어갔다. 멀리 가는 건 포기하고 정자 아래로 비를 피했다. 오다가 샀던 삼각 김밥 하나와 커피를 먹었다.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나서 주먹밥을 만들지 못했다. 정자 밖에서 참새 두 마리가 계속 서성거렸다. 정자 내부 지붕에서 참새 소리가 들리는 걸 봐서는 참새 새끼와 집이 있는 것 같았다.

연못에 떨어지는 비를 바라봤다. 마음 속에서 노래가 계속 흘러 나왔다. 단지 빈 마음으로 비를 보고 싶은데 그렇지가 못했다. 이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나는 비 구경하듯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정자 기둥에 낙서가 보였다. 거의 다 자신들이 다녀갔다는 표시로 날짜와 이름을 남겨 두었다. '우린 헤어졌습니다...♡ 딴 남자 생겼어용~^^'이 보였다. 이걸 재밌다고 봐야할지 난감했다. 기둥 뒤쪽에도 있을 것 같아 살펴보니 역시나 낙서가 있었다. 섬뜩한 글귀도 보였다. 'xx를 죽여버리고 싶다. 미친년'이라는 글귀였다.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 여자라면 이런 곳에 글을 남기지 않는다. 뭔가 자기 심장을 비틀어 놓을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몸이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아 더 이상 걷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Copyright ⓒ 2000~Now 김무용(Kim Moo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