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천에서 핸드폰으로 풍경 사진을 찍고 있을 때, 하천 저 멀리서 어미 오리가 새끼 오리들을 이끌고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어미 오리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내가 착한 사람인 줄 알았던지 그냥 다가왔다. 어미 오리가 내 앞 평평한 돌 위로 새끼 오리들을 올려보내자 그들은 바로 깃털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어미 오리는 나를 살짝 경계하느라 눈빛이 반짝였지만, 많이 긴장하지 않는 눈치였다. 새끼 오리들이 깃털 정리가 다 끝날 즈음 내가 그들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어미 오리는 새끼 오리들을 이끌고 하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모두 함께 물풀을 뜯어 먹었다.
한 젊은 여인이 카메라를 들고 내 옆에 와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오리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서 있는 돌다리 옆 강가에 앉아 쉬면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한참 오리들을 찍다가 눈앞에 뭔가 어른거려서 보니, 그녀가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오리를 찍고 있었다. 조금 전 새끼 오리들이 깃털 손질하던 그 돌 위에 그녀가 대신 앉았다. 이제 아침 7시를 지나고 있는데 그녀가 카메라를 들고 유성천에 나온 게 의외였지만,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장면을 담아갈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아침 운동 시간이다. 유림공원을 돌고 유성천을 따라서 집으로 가는 길에 오리 가족과 마주친 것이다.
상류로 올라가는데 다른 오리 가족도 만났다. 새끼 오리들은 수면 위로 드러난 돌 위에서 일광욕하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미 오리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사진을 하나 찍고 내 갈 길을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