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과를 좋아한다. 다른 과일도 좋아하지만 어릴 때부터 사과를 많이 먹었다. 사과는 사계절 흔히 접할 수 있는 과일이면서 맛도 좋고 향기도 좋다. 갑자기 사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과를 통해서 하나의 비유를 말하고자 함이다.
하나의 <사과>가 있다. 그 <사과>는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 비유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 사과는 보이지 않고, 맛도 알 수 없고, 오직 향기만 낸다고 가정하자. 어느 날 사과의 향기가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향기가 나는 걸 보면 분명 향기를 내는 <사과>가 있을 텐데, 그 <사과>가 도대체 누구이며, 어디에 있단 말인가? 향기는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공부를 하면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려 했다. 하지만 활동과 지식은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 지식 안에 <사과>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때는 다른 무엇이 <사과>가 아닐까 생각도 해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향기는 평생을 살면서 <사과>를 찾았지만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향기가 현상이라면 <사과>는 향기를 일으키는 본질이다. 향기는 <사과>없이 드러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과>는 향기 없이는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다. <사과>와 그 향기는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사과>는 향기의 본체이다. 즉 <사과>는 향기의 진정한 자기인 것이다. 향기가 없어도 <사과>는 있을 수 있지만, <사과>가 없으면 향기는 결코 나타나지 못한다. 하지만 <사과>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향기를 내뿜는다.
우리는 향기를 맡음으로 <사과>가 향기를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향기는 어떠한가? 자신이 <사과>의 향기라는 것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그 향기 자체로 존재하면 된다. 자신이 사과 향기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 <사과>를 떠나 다른 곳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을까? <사과>를 떠나는 순간 그 향기는 사라지고 만다. <사과>와 분리된 향기는 더 이상 <사과>의 향기가 아니다. 찾기를 그만둘 때,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때 향기는 사과 향기 그대로 존재하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외적 경험을 하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듣는다. 사람의 몸과 생각과 감정은 사과의 향기와도 같다. 사람이 감각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진정한 <나>라는 본체가 있기 때문에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다. 생각이 외부에서 자기 자신을 찾기를 그만 둘 때 진정한 <나>는 그 자체로 드러난다. 찾고 있는 생각 자체가 <나>가 뿜어내는 향기이다. 그 생각을 누가 만드는가? 느끼고 감각하고 활동하게 하는 근원은 무엇인가? 찾지 말고 그냥 느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 드러나는 그대로 우리의 참 본성이다. 현상적인 것들은 본성과 분리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