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새들이 아침 인사를 하고, 어둠이 뒷걸음질 치는 시각에 집 밖으로 나왔다. 아침 운동 시간이다. 충남대학교 정문 앞 오거리를 지나서 편의점에 들러 커피 캔을 하나 사려고 했다. 문 안에 푯말이 보였다. 개인 사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내용이었다. 불이 켜진 24시간 편의점에서 개인사정으로 푯말을 걸어놓는 경우는 화장실 갈 때 뿐이다. 할 수 없이 그냥 가던 길을 걸었다. 아~ 다른 곳에 편의점 있는 곳이 생각났다. 유성천을 따라서 걷다 보면 오른쪽에 '24시 이마트'가 하나 있다. 10분 쯤 걸어서 그곳에 도착했다. 하얀 셔츠를 입은 조금 통통한 아가씨가 밀대를 밀면서 바닥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밀대를 벽에 기대면서 '어서 오세요' 라고 무뚝뚝하게 인사말을 했다. 안을 두리번거리며 커피를 찾았다. 2,500원짜리 커피가 보였다. 마침 1+1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확인을 위해서 커피를 들어 보이며 '이거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거 맞느냐'고 물었다. 그 아가씨는 두 개 사야 하나 준다고 말했다. 난 고개를 꺄웃거리면서 '그건 2+1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거 하나 찍어 볼래요?'라고 커피 하나를 건네 주었다. 그제서야 '하나 사면 다른 하나 더 주는 거 맞네요.'라고 말한다. 두 개 사서 하나에 1,250원에 계산한 셈이다. 편의점 이용은 이렇게 하는 게 경제적이다.
유림공원 화원 벤치에 앉아서 사 왔던 커피를 마시며 30분 넘게 앉아 있었다. 커피를 다 마신 후 꽃을 바라보며 잠시 명상을 했다. 명상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다. 생각을 잠재우고 고요히 시선을 눈앞에 두고 단지 존재하기만 한다. 그 상태가 명상의 상태이다. 도(道)의 상태이기도 하고, 하나님의 임재하심 그 상태이기도 하다. 이 상태는 꼭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만은 아니다. 걸어가면서도 가능하다. 나는 종종 걸어가면서도 그렇게 한다. 늘 그렇게 하고 싶지만 생각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온다.
요즘 내가 하나님과 교제하는 방법은 위와 같다. 눈을 감고 하나님께 중얼중얼 말하는 게 기도가 아니다. 속으로 하든 입 밖으로 하든 언어나 생각으로 하는 기도는 오히려 하나님과 교통에 방해가 된다. 그 기도는 하나님과 나와 분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내 앞에서 하나님이 계셔서 들어주실 거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와 분리되지 않으신다. 그러니 내 앞에 혹은 하늘 위에서 기도를 들어주시는 게 아니다. 하나님과의 교제는 지금 이 순간 내 안에 그대로 하나님이 드러나시게 하면 된다. 자아가 내 삶에 드러나지 않을 때 하나님은 온전히 드러난다.
하나님과 내가 하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만이 하나님을 찾는다. 그 찾을 하나님은 내 몸과 생각 밖에 있다고 여긴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찾겠지만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은 찾기를 그만 둘 때 내가 하나님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제대로 체험하는 것이 성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것은 한 순간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서서히 준비시키며 일어날 수도 있다. 나에게는 서서히 일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날 새롭게 그 앎을 주실 수도 있다. 지금 그 앎은 있으나 아직 완전하지 않음이 늘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