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사람이 종교를 갖거나, 신(神)을 찾거나, 도(道)를 찾는 것은 모두가 인간의 한계와 불완전에서 벗어나 절대적이고 영원한 무엇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그러한 추구의 끝에 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하나의 방법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 사람들은 그 길의 끝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길 끝에 이른 사람은 그 종점으로 여러 길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착점은 한 곳이지만 그곳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것이다. 여행 중에 서로 다투고 싸우더라도 종점에 잘 이르기만 하면 다행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종점에 이르지 못하고 옆길로 새어나간다. 그러다 보니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세월을 다 보내기도 한다. 더 어리석은 것은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것조차 모를 때이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 모두 길을 잃고 있는데, 서로 의지하다 보니 길을 잃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다. 나는 길을 잘 모르지만 옆 사람은 길을 잘 알겠지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 옆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눈 봉사가 눈 봉사의 길을 안내하는 꼴이다. 오늘날 종교를 갖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러한 형국이 아닐까? 자신이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려면 끊임없이 질문하고 찾고 알아가야 한다. 100% 확신이 든다면 그때는 다 놓아버리고 길 자체에 삶을 맡겨야 한다. 그러면 그 길이 이르러야 할 곳에 인도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길을 찾지 않고 옆 사람들에게 맡긴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고 그냥 맡겨 버린다. 이것은 정교나 이단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자신이 정교를 믿는다고 구원을 얻는 게 아니다. 무엇을 믿는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다만 함께 가는 사람들 옆에 끼어서 가니 안심이 되는 그런 마음이다. 그런 길은 쉽고 넓다. 넓은 길은 멸망으로 인도하는 길이라고 하지 않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