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공원 벤치에 앉아서 저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과 밝은 별 하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나에게서 조금 떨어진 벤치에는 아주머니 세 명이 벌써부터 자리를 차지하고서 수다 속에 빠져 있었다. 모기 때문인지 부채를 탁탁 치며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로 밤 공기 속에 메아리를 날렸다. 그러거나말거나 나는 하늘만 쳐다봤다.
오른쪽 하늘에 뭔가 스쳐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자 노오란 큰 별 하나가 땅으로 떨어지더니 금새 사라졌다. 별똥별이었다. 어릴 때 이후로 처음 봤다. 그런데 꼬리도 없는 별똥별이 있었나? 하여튼 분명하고 선명한 별똥별이었다. 나만 봤나? 아주머니들은 등 뒤로 떨어져서 못 봤을테고, 다른 곳에는 사람들이 노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저 하늘의 달과 별을 보면서 마음을 잠재웠다. 달을 보면서 달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별을 보면서 별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땅에 많은 불빛이 보였지만 불빛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눈에 보여지는 그대로 감각했다. 달과 별은 밤하늘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떠 있었다. 눈 앞 어둠 세계 전체가 하나로 마음에 인식되었다. 내가 달과 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달과 별 그 자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