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어 유성천은 어둑어둑했다. 둑길 나무 사이로 비치는 가로등 불빛이 예뻤다. 왼쪽 유성천에는 백로와 회색 왜가리가 물고기 사냥하느라 바빴다. 하천 옆으로 나란히 뻗은 길 위에는 사람들이 운동하느라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이 둑길은 아기자기하고 참 예쁘다. 밤과 낮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거의 매일 이 길을 걷지만 결코 질리지 않는 길이다. 나무와 새와 하천과 둑길, 이 모두가 나에게 정겹기만 하다. 문득 '내 눈에 비치는 이 모든 풍경이 어떻게 해서 이대로 보이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질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왜 당연하단 말인가? 본래 그렇게 보인 것은 맞으나, 왜 그렇게 보이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존재는 무엇인가? 그렇게 보는 존재는 또 무엇인가? 보는 존재가 보이게 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는데, 생각은 의문의 심연 속에서 둥둥 떠다니기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