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번씩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을 추구합니다. 저도 추구하고 있는데 그 실마리를 풀었어요. 나는 누구이냐 생각해 봤더니, 일단 내가 살아온 과거의 축적이에요.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의 축적된 게 바로 나다. 그런데 다가 아니라 그 중에서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만이 나에요. 백 년을 살았다해서 백 년 다가 아니라 그 중에서 내가 압축해서 기억할 수 있는 것, 그런데 기억하려면 생각을 해야 해요. 정리를 해야 하는데 뭘로 합니까? 바로 언어에요.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서 사색을 하고 생각을 하고 그 정리된 것이 기억으로 남고 그 기억으로 축적된 것이 바로 나입니다. 그게 바로 나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실마리입니다. 바로 언어에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언어에 대한 영상을 찾아 보다가 최창섭 교수라는 분의 강의를 보게 되었다. TV에서 강의할 정도이면 나름대로 식견이 있는 분일텐데, 저 분은 〈나〉가 무엇인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 저 분을 비판하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과거의 축적된 게 나'가 아니란 걸 말하고자 글을 쓴다. 우선 비판해서 저 분께는 죄송스럽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이삼 십대)에 나도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전체가 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과거를 모두 기억하지 못하니 나라는 존재에 구멍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내가 아닐텐데 어떻하나 고민을 했었다. 최창섭 교수는 과거 중에서 기억하고 있는 것만 자신이라고 규정을 한다. 그걸 저분처럼 나이를 지긋하게 드신 분이 말하고 있으니 참 자아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것이다. 그 앞에 방청객으로 앉아 있는 중년 여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내는 걸 봐서 그들도 최교수의 말에 공감을 한다는 표시같다. 그렇다면 그들도 하나같이 참 자아를 모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